경제·금융

[법조이야기] 보험가입시 친필서명

보험회사와 가입자간의 쟁송에서 대법원이 지난 96년 11월 내린 판결이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소송에 이기고도 뜻하지 않은 후유증에 엄청난 곤욕을 치러야했다.사건은 지난 93년 경기도 송탄시에 살고있는 양모씨가 K생보사에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양씨는 이듬해인 94년 남편이 위암수술을 받게되자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당연히 돈을 받게될 것이라던 양씨의 생각과는 달리 보험사는 이 요구를 거절했다. 보험계약을 체결할때 청약서의 피보험자 서명란에 남편의 친필서명이 없다는게 거절이유였다. 양씨는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고 1·2심에서 패소판결을 받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상고심은 대법원 제2부가 맡았다. 김형선(金炯善)대법관이 주심을 맡았고 박만호(朴萬浩)·박준서(朴駿緖)·이용훈(李容勳)대법관이 심리에 참여했다. 원고 양씨는 김상훈(金相勳)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웠으나 피고인 보험회사측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다. 96년 11월22일 대법원은 원고패소의 원심 확정판결을 내려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사가 승소의 기쁨을 만끽한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12월중순께 이 판결이 뒤늦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해당보험사는 물론이고 생보업계 전체가 한동안 큰 고생을 하게된다. 생명보험등은 부인이 남편의 동의를 받지않고 임의로 계약을 체결, 스스로 보험료를 내는게 당시의 관행이었다. 대부분의 보험가입자가 양씨와 같은 처지였던 것. 각 보험사에는 가입자들의 문의와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아예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달라는 요구가 이어져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생명보험협회는 회원사 법무팀장회의를 긴급 소집, 「앞으로도 악의가 없는 계약은 피보험자의 서명여부를 문제삼지않고 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사태진화에 나섰으나 가입자들의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사태는 각 보험사들이 가입자들에게 「계약체결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증명서를 발급해주고 나서야 겨우 진정됐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보험가입자들의 의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친필서명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특히 이판례는 때때로 배우자 몰래 생명보험에 가입, 보험금을 챙기려는「보험살인사건」의 예방에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앞으로 보험에 가입할때는 반드시 친필서명을 하는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윤종열기자YJ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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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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