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기업이 오니 우리동네가 확 컸어요

기업의 힘, 부동산 지도 바꾼다

왼쪽부터 서초동 '삼성타운', 삼성동 '한국전력', 장충동 '라임카운티'

교육 도시로
포스코, 송도 개발로 자사고 등 유명세
서울지역 '맹모'들까지 이주 잇달아

상권 활성화
임직원 유입에 허허벌판→상권 탈바꿈
낡은 건물 리모델링해 깨끗한 가게로


집값 뜀박질
현대차 삼성동 시대, 인근 집값 들썩
재벌 장충동 땅매입 경쟁에 시세 UP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 중 하나로 '기업'을 꼽는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어도

기업 이전에 따른 대규모 인구유입이

땅값, 집값, 상가 임대료 등에

영향을 미치며 지역 분위기를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국 땅값이 하락세를 보일 때도

충남 당진의 땅값이 상승한 것은

동국제강·동부제철·대한전선


현대하이스코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 임직원이 대거 유입된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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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만 따라다니면

부동산투자는 성공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과거 경험이 축적됐기 때문이다.

포스코 계열 임직원과 그의 가족들을 필두로 소비력과 교육열을 갖춘 인구가 대거 유입되자 송도는 교육의 도시로 각광 받고 있다. 여기에 채드윅국제학교·자율형사립고 등이 유명세를 타자 서울 지역 내 '맹모'까지 유입되며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상황이다. 이 지역 M공인 관계자는 "특히 개발이 집중돼 고급 아파트가 몰려 있는 1공구는 송도의 강남으로 불리며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삼성동 시대…강남 부동산 지각변동=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현대자동차그룹 품에 안기면서 벌써 인근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동 COEX~잠실운동장 일대 72만㎡를 마이스(MICE)산업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서울시 계획의 핵심사업에 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에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0조원 이상의 금액을 투자하면서 주변 집값과 땅값을 함께 끌어올리는 등 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부지가 현대차그룹의 통합사옥으로 개발되면 당장 근무인력만 1만8,000여명에 달한다. 임직원 중 일부가 새 사옥 근처로 주거지를 옮기는 것만으로도 당장 주변 주택 시장에 엄청난 매매·전세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사옥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비까지 감안하면 파급효과는 서초동 삼성타운 못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삼성역 인근이 기존 제1의 오피스타운 중심축이었던 강남권과 맞먹거나 오히려 이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특히 강남역에 삼성타운이 들어서면서 협력업체들이 많이 모여들었던 것처럼 삼성역에 현대차그룹 본사가 들어오면 관련 업체 및 협력업체의 임대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대표 상권인 강남역 인근이 또 한번 변화를 맞게 된 것도 서초동 '삼성타운'의 등장 덕분이다. 이미 상권이 성숙 단계이던 곳에 탄탄한 구매력을 갖춘 1만여명의 삼성 계열사 직원들이 몰리면서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은 재상승했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삼성타운 인근 상가의 전용 66㎡짜리 1층 점포 임대료는 2012년 190만~320만원 수준에서 2014년 현재 265만~47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또 20대를 타깃으로 삼는 업종 일색이던 점포 구성에도 변화가 생겨 30~50대를 대상으로 한 고급 음식점들도 크게 증가, 강남역이 전 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상권으로 발전하게 됐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기업 이전에 따라 인구가 늘어나면 주택 임대 및 매매수요를 창출하게 되고 상권 활성화와 권리금 상승을 동반하게 된다"며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기업을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이 바꿔놓은 송도=7월10일 포스코건설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국내 최고층 건물인 '동북아무역센터'의 준공식을 가졌다. 68층 305m 높이로 기존 국내 최고층 빌딩이던 해운대 위브더제니스(80층·301m)를 뛰어넘은 이 빌딩에는 대우인터내셔널 직원 1,000여명의 입주를 시작으로 오는 2016년까지 약 1,500명의 인력이 근무할 예정이다. 직·간접적인 고용창출까지 따지면 8,600여명에 달한다.

동북아무역센터가 준공되기 10년 전인 2004년만 해도 송도는 황량한 '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이 미국 게일사와 함께 도시개발을 주도하면서 주택과 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발달해 국제업무지구에 어울리는 면모를 갖추게 됐다.

현재 송도 지역에서 포스코건설이 공급한 아파트만 1만2,528가구로 전체 공급량인 2만6,000여가구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8월 말 기준 송도 인구는 7만1,792명으로 가구당 전국 평균 가구원 수인 2.71명이 거주한다고 가정할 경우 포스코건설이 지은 더샵 아파트에 사는 시민은 전체 인구의 48%에 해당하는 3만4,000여명에 이른다. 송도 주민의 절반가량이 포스코건설이 지은 아파트에 사는 셈이다.

현재 강남역부터 삼성역까지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오피스 시장이 삼성역을 넘어 잠실역까지 연장,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동 P공인 관계자는 "삼성역 인근에 현대차그룹 본사를 비롯한 오피스 시장이 형성되고 덩달아 상권 역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땅값과 임대료가 강남역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재벌가 땅 매입경쟁에 요지경이 된 장충동=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이 특정 지역 땅 매입에 주력하면서 시세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변해버린 곳도 있다. 서울 중구 장충동1가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래전부터 삼성을 비롯한 재벌가들이 터를 잡아 지금도 총수 일가의 저택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2006~2007년께 CJ그룹이 경영연구소 설립을 위해 다가구·다세대 주택 7필지를 사들이면서 토지 매입경쟁이 본격화됐다. 이후 CJ그룹에 이어 삼성그룹이 적극적으로 토지 매입에 나서면서 시세보다 2~3배가량 비싸게 팔리는 집들이 속출한 것. 재벌가의 땅 매입 사례가 잇따르자 해당 지역 집주인들의 콧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게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상적인 시세가 없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일 정도고 어지간한 가격에는 거래가 이뤄질 수 없을 정도로 거품이 생겼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땅값이 3.3㎡당 1,200만원선이었지만 현재는 3,000만원을 준다고 해도 파는 이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재벌들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운이 좋으면 로또를 맞는 기분으로 집을 처분할 수 있다고 여기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심지어 중소·중견기업 사장이 와서 매입문의를 하면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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