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중계약서 관행과 처벌

검찰이 이중 계약서를 작성한 매수인에 대해 형사처벌 방침을 밝히자 한 네티즌은 모 부동산 인터넷 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집 매매 이중계약서 수사에 관여한 검찰 관계자 중에서 집을 사고 팔 때 실제 매매가보다 금액을 낮춰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영감님(?)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며 “이중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면 자신은 물론 전 국민이 전과자가 될 것이다”고 항변했다. 실제 부동산 매매계약을 맺은 뒤 취ㆍ등록세를 적게 낼 목적으로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지가 등으로 이중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지난 91년 이후 일반화된 관행이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매매 신고가액이 정부가 정한 시가표준액 이상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신고 매매가가 시가표준액을 밑돌 경우엔 과표를 기준으로 취ㆍ등록세를 산출토록 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중계약서 작성은 일종의 `절세행위`내지 `관행`으로 자리잡게 됐다. 전직 세무서 공무원이 출판한 절세관련 책에서 조차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어떻게 이중 계약서를 작성해야 되는지 상세한 안내까지 곁들여 있다. 이중 계약서 작성은 탈세 행위도 아니요, 더더욱 위법 행위도 아니라는 사회적 통념이 형성되고 이에 따라 부동산을 살 때 열이면 열 모두 두 장의 계약서를 작성해 온 것이다. 검찰이 이중계약서를 작성한 사람에 대해 대대적인 형사처벌에 나선다면 아마도 전 국민의 벌금 등의 처벌을 감수해야 될 것이다. 오래된 관행이 무조건 좋고, 또 옳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청약신청자 세무조사 등 국세청의 무차별적인 조세공포 정치에 이어 검찰에서 이중계약서 처벌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볼 때 `집 있는 사람 = 부동산 투기꾼`의 공식으로만 현 시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을 수 없다. 국세청과 검찰 등의 일련의 조치 등을 볼 때 투기세력 처벌이라는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행과 순리를 고려치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종배기자(건설부동산부) ljb@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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