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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개편안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는 데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분노'했고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는 '절망'했다. 김 내정자는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위해 국정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의 구태(舊態)를 질타하며 4일 전격 사퇴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국민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면서 야당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또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들을 대신하는 의무를 부여 받은 것이지 국민들의 권리까지 가져갈 수는 없다"며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도록 청와대의 면담 요청에 응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5일 끝나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조직 구성과 장관 임명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힘든 만큼 야당의 협조를 재차 당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방송통신 부문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은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반드시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의 융합에 기반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며 "이는 저의 신념이자 국정철학이고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앞서 김 미래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국회에 대한 절망감을 드러내며 사퇴를 선언했다. 김 내정자는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면서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장기적인 국가발전보다 당리당략에 집착하는 정치권을 향해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김 내정자는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창조과학부 관련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 했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文 "오만·불통… 타협불가"
한편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김 내정자의 사퇴에도 민주통합당은 기존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이라며 '타협불가' 입장을 이어갔다. 그는 "진정으로 여야 상생정치, 민생정치를 바란다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달라"면서 "원안고수라는 억지를 버리고 국회 협의안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