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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지옥을 넘어… 박칠성 '불굴의 은메달'

남자경보 50㎞ 첫 은메달

"우리도 할수 있다" 보여주려

1년 반 힘든 재활 참고 훈련

한국 육상의 새 이정표 세워

박칠성이 1일 남자 경보 50㎞에서 2위로 골인한 뒤 태극기를 펼쳐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육상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부상을 이기고 재기하려 노력했습니다."


박칠성(32)은 1일 인천 연수구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경보 50㎞에서 3시간49분15초 만에 레이스를 마친 뒤 "중국과 일본 선수들이 해내는 일을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박칠성은 해냈다. 다니 다카유키(3시간40분19초·일본)에 이은 은메달. 40㎞ 지점까지 3위를 달리던 박칠성은 45㎞ 지점 근처에서 당시까지 2위를 기록 중이던 야마자키 유키(일본)를 제쳤다. 바로 뒤를 쫓던 중국의 왕전둥과 장린은 박칠성을 추월하지 못했다. 박칠성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세운 한국 기록이자 자신의 개인 최고 기록(3시간45분55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5월 세계경보컵대회의 시즌 개인 최고 기록(3시간56분39초)을 넘어선 기록으로 은메달을 품었다. 한국 경보는 남녀 20㎞ 경보에서 김현섭(29)과 전영은(26)이 모두 동메달을 따내고 이날 박칠성이 은메달을 보태면서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로 경보 3개 부문에서 모두 시상대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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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남자 50㎞ 경보에서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메달을 획득하기는 박칠성이 처음이다. 이 순간을 위해 박칠성은 1년 반의 고통스러운 재활을 거쳤다. 박칠성은 "지난해 5월 경기하다가 발등을 다쳐 6주 동안 주사만 맞았다. 세계선수권(8월 모스크바) 출전권은 땄지만 좋지 않은 몸으로 꼴찌로 완주만 하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 출전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기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아시안게임만 바라보며 열심히 참고 훈련했다"고 덧붙였다. 안방에서 열리는 잔치에서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세계선수권을 포기한 것이다. 박칠성은 지난해 10월 일본 다카하타에서 열린 50㎞ 경보대회에서 4시간36초를 찍은 뒤 올해 5월 세계경보컵대회에서 3시간56분39초를 기록했다. 6월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나선 전국육상경기선수권 20㎞에서는 1시간30분4초로 2위를 차지하며 아시안게임 첫 메달을 예고했다.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딴 것 자체가 한국 육상의 새 역사지만 박칠성은 금메달을 놓친 게 아쉬울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는 "목표는 금메달을 따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내 몸이 은메달밖에 되지 않았다. 3시간41분대 선수와는 역시 기록 차이가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칠성은 "다음 세계선수권은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자세와 지구력을 보완해 50㎞ 경보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좋은 성적으로 증명해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칠성은 특히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 등 큰 대회에 강한 면모를 이번 대회까지 이어갔다. 그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3시간47분13초의 한국 신기록으로 7위에 올랐고 이듬해 런던 올림픽에서는 3시간45분55초(13위)로 다시 한 번 자신의 한국 기록을 단축했다. 첫 메이저 대회 출전인 10년 전 아테네 올림픽 20㎞에서는 1시간32분41초로 41명 가운데 꼴찌였지만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50㎞로 종목을 바꾼 게 박칠성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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