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별기고] 의료보험 통합은 `나눔의 실천'

趙源卓(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이 기고는 지난 20일자 이규식교수(연세대 보건행정학)의 본란 특별기고에 대한 반론이다. 지난 1월6일 국회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이 통과됨으로써 종래 다보험자에 의한 조합방식의 관리운영 체계가 통합운영체계로 바뀌었다. 의료보험통합에 대해서는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논의되어 왔고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세번이나 의료보험통합안을 결의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논의과정을 거쳐 신정부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존중, 의료보험통합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번 통합법 제정과정에서도 많은 논의와 검토가 진행됐다. 통합의 당위성은 대세로 인정하고 있으나 통합의 방법 특히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논란의 초점이 됐다. 그 핵심은 의보를 통합하면 지역가입자들은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소득이 대부분 노출된 직장근로자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부과에 실제소득이 아닌 추정소득을 사용하는 것은 보험료부담의 형평성을 보장할 수 없고 많은 저항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10여년간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약 70%의 지역가입자에 대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보험료를 부과해온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직장근로자와 지역가입자의 세대당 월평균 보험료는 각각 1만7,000원과 2만6,000원이다. 이렇게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많기 때문에 통합을 하게되면 소득파악이 양호한 근로자집단이 손해를 본다는 것인데 통합을 하지 않았을 때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더 많은 것은 무시하고 통합이 되면 단순히 근로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의보통합을 반대하는 주장의 가장 큰 취약점은 직장·지역 두 집단단의 논리로만 보려고 하는 것이다. 의보통합은 사회보장제도의 원리에 따라 근로자건 자영자건 경제적 능력이 있는 자가 부족한 자를 지원하는 사회계층간 논리가 그 본질이다. 의보통합을 위해서는 자영자의 소득파악이 전제돼야 한다는 논리로 조합방식하에서는 자영자의 소득파악이 불필요하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논리라면 자영자의 소득파악이 정확해질 때까지는 의료보험을 포함한 모든 사회보험의 적용을 유보해야 맞다. 이런 맥락에서 자영자의 보험료 산정에 실제소득이 아닌 추정소득을 사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에서도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득에 완전비례하는 보험료 부과는 이상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영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방식은 국가마다 매우 다양하다. 추정소득 즉 소득능력이 실제소득과 함께 중요한 보험료 부과기준이 되고 있는 것만은 세계가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는 지난 10여년간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소득이나 소득능력에 관계없이 부과되는 기본보험료가 저소득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해 왔다. 공평한 보험료 부과에 필수적인 소득파악 문제를 덮어두고 눈을 감아 온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지역의료보험이 통합되면서 기본보험료를 폐지하고 추정소득에 해당하는 평가소득을 도입한 결과 저소득층의 부담이 감소하는 등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보통합으로 형평보험료의 원칙이 상당부분 실현된 것을 의미하며 2000년 직장보험까지 완전통합되면 전국민적 차원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이 원칙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보험은 이렇듯 위험분산 기능이 전국민으로 확대되고 보험료가 소득능력에 따라 부과될 수 있어야만 재원조달이 용이해져 보험재정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해진다. 통합은 또 조직축소와 인력감축으로 인한 관리운영비 절감과 의료공급자와의 협상력 강화로 효과적인 의료비 억제, 가입자의 사후관리 강화로 보험재정의 누수방지 등 국민과 국가부담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의료보험이 명실상부한 건강보험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타이완의 경우 95년 의료보험 통합시 임금근로자가 보험료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반대했으나 통합후 의료이용 접근도와 의료의 질이 크게 개선되어 지금은 국민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직업간의 유동성이 높아져 평생직장의 개념은 약화되고 평생직업의 개념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에따라 소득발생의 형태나 소득수준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지난 한해 직장을 잃거나 옮긴 사람은 447만명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수천만명이 직장과 지역을 넘나들었고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보통합을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단순 2분법적 논리로 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의보통합이 잘 사는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돕는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데 있다는 본질적 원리에 동의한다면 그 원리를 실현하는 형평보험료의 부과방법 등은 앞으로 얼마든지 개선 발전 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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