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실적은 최고지만 회의적인 성장 전망에 주가는 주춤.' 아이폰 발표로 애플이 아이팟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그러나 아이팟 판매 증가율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아이폰에 대한 회의가 증폭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뉴욕 증시 마감 후 지난 해 4ㆍ4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78% 상승한 10억400만달러(약 9,402억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애플 역사상 최고의 분기 순익에 해당하는 것이며 시장의 전망치를 다소 웃도는 것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지난 해 동기 대비 24% 증가한 71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순익 증가는 연말 쇼핑 시즌을 맞이해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 판매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해 10월부터 3개월간 아이팟은 전년 동기 대비 50% 늘어난 2,110만대가 팔려 사상 최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이팟 판매 호조는 연말을 앞두고 저가형 모델들을 잇따라 출시된 데 따른 것이다. 또 인텔의 새로운 칩을 적용한 애플의 맥킨토시 컴퓨터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늘어난 161만대가 판매돼 실적 향상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애플 주가는 긍정적인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뉴욕 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17일(현지시간) 애플은 장마감 후 실적이 발표되자 한때 1.6% 오른 주당 96.61달러를 기록해 '주가 100달러 시대'에 성큼 다가서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상승 폭을 줄이다 하락세로 반전, 종가에 비해 0.8% 떨어진 주당 94.17달러까지 내렸다. 전문가들은 애플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아이팟의 판매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2.0의 존 포트 칼럼니스트는 "아이팟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불티나게 팔렸지만 상승률은 예전만 못하다"며 "애플이 전적으로 아이팟 판매에 의존하고 있어 이는 더욱 큰 문제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실제 가전 제품이 주로 팔리는 시기인 4ㆍ4분기만 놓고 봤을 때 아이팟 판매량은 지난 2002년 출시된 이후로 최소 20배 이상 늘었다. 지난 2004년 4ㆍ4분기 판매 증가율은 무려 525%로 지난 해 증가율에 비해 10배 이상 높기도 했다. 애플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아이폰(오는 6월 출시 예정)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지적됐다. 시장조사기관인 어메리칸 테크놀로지 리서치(ATR)의 쇼우 우 분석가는 "아이폰도 아이팟과 같이 처음에는 비싼 고급 모델만 팔다가 나중에는 값을 낮춰 많이 팔려고 하겠지만 가격을 낮추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