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거사례와 비교해부 美경제위기설

버블붕괴·신용위기 곧 완화… 美장기침체 가능성은 적어미국발(發) 금융 시장 불안이 세계경제에 짙은 주름을 지우는 가운데, 1930년대의 미 대공황 혹은 90년대의 일본식 장기침체가 향후 미 경제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가설(假說)에 보다 정확히 접근하기 위해서 최근의 미 경제 상황을 과거 미ㆍ일 양국에서 나타났던 주요 경기침체기와 비교ㆍ분석해 봤다. 최근 부각된 미 경제위기설은 주가와 달러화의 동반 폭락 속에서 더욱 확산됐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는 10%~30%나 폭락했고,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도 지난 1월 초에 비해 10% 정도 낮게 형성돼 있다. 경상적자와 재정적자의 쌍둥이 적자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 경제의 버블은 정보기술 발전으로 인한 기업의 이윤 증가를 투자자들이 과대평가하면서 형성됐다. 기업이익은 연 8%의 속도로 빠르게 증가하였으나 주가는 이 보다 더 빠르게 상승, 90년에 주당수익의 14배이던 주가는 2001년에는 주당수익의 40배까지 뛰어 올랐다. 또 90년 대 말 아시아와 남미의 이머징 마켓을 휩쓸고 간 외환위기로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함에 따라 달러화도 고평가됐다. 이 같은 버블은 IT기업의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친 데 실망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며 붕괴되었다. 이와 함께 미 경제는 2001년 1ㆍ4분기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9.11 테러와 신용위기로 투자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현재의 미 경제 위기론은 90년대 고성장이 만들어낸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이 해소돼 가는 과정에서 9ㆍ11테러와 신용 위기가 결정적 악화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신용위기가 장기침체로? 버블 붕괴와 신용위기에 따른 미 경제 위기가 30년대 공황이나 90년대 일본이 경험한 장기침체로 이어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금융시장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1929년 10월의 증시 대폭락 이후의 금융 공황이 재연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주가와 달러화 가치 모두 올 들어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란 게 이들의 예상이다. 30년대 공황의 특징이었던 디플레가 재연될 가능성도 낮다. IT 산업의 가격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노동시장이 여전히 활발함을 보이고 있고 소비자 신뢰도도 비교적 높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공황을 심화시킨 원인으로 지적돼 온 거시경제정책 실패도 반복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대공황 때 이자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 공황을 키웠다는 비난을 받았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최근 연방금리를 2% 미만으로 유지, 적절한 정책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 중단기 조정 가능성 높아 최근의 경제위기에 선행했던 90년대의 확장기는 70년대 중반의 침체기에 선행했던 60년대의 확장기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 관련 산업의 기술 발전이 90년대 성장기의 원동력이었다면, 60년대 성장기의 원동력은 달 탐사 성공 등으로 나타난 우주항공산업의 기술 발전이었다. 91년에서 93년 사이 미국의 GDP는 34% 증가한데 비해, 61년에서 69년 사이에는 48% 증가했다. 60년대의 고성장은 중동전으로 인한 에너지 쇼크를 만나 인플레를 동반한 경제침체로 이어졌지만, 최근의 미 경제에서 인플레 우려는 별로 없다.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미 경제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따라서 예상 못한 외부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미 경제는 70년대보다 더 빨리 조정과정을 마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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