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업스파이 갈수록 기승…中企들도 기술유출 심각

전자·정보통신등 2003년 이후 42건 적발…지난해 피해·예상금액 5조5,000억 달해<br>"中企·벤처도 산업보안 철저한 대비 필요"



경기도 안양 소재의 중견 TV업체 A사 전직 연구소장 K씨. 지난해 4월 회사를 퇴사한 후 같은 해 7월 경쟁사인 말레이시아의 디지털 TV업체 B사에 취업한뒤 A사의 LCD 및 PDP TV 생산기술을 빼돌린 혐의가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공조수사로 확인돼 지난 1월 구속됐다. A사는 이로인해 약 3년 간에 걸쳐 600억원대의 직접적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B사가 A사의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TV 시장에 진출할 경우 국내 동종업계 역시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기술유출 시도 건이 적발된 것처럼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국내 첨단기술 유출 사건이 중소ㆍ벤처기업으로까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중소ㆍ벤처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첨단기술을 빼가려는 산업스파이의 활동이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산업스파이 첩보가 한달에 3~4건씩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한해동안 국내 중소ㆍ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산업기술 유출이 이뤄졌거나 시도됐던 대상을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무려 5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28일 국정원 ‘첨단 산업기술 유출실태’ 자료에 따르면 중소ㆍ벤처기업의 경우 지난 2003년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설립된 이후 올 3월 현재 기술유출건수는 모두 42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건수도 매년 급증, 2003년 2건에 불과했던 것이 2004년 18건, 지난해는 2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들어서는 3월까지 2건이 적발됐다. 적발된 42건의 가장 주요한 타깃은 전기전자(19건) 업종이었고, 정보통신(9건), 기계(5건), 생명공학(3건), 정밀화학(3건) 등의 차례였다. 유출 수법은 직원 매수가 28건(70%)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전 직원(12건), 유치과학자(1건) 순이었다 피해 및 예방 금액도 2003년 1,000억원에서 2004년 9조1,120억원, 2005년 5조5,500억원으로 엄청나다. 특히 예전에는 개인 주도의 기술 유출 양상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외국정부와 연계되거나 기업형 사건으로 대형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ㆍ벤처의 보안관리실태 등을 감안하면 그간 적발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의 한 관계자는 “기술유출이 우리 경제에 대한 무형의 테러나 마찬가지”라며 “산업정보전이 가열되면서 핵심인력 매수와 기업인수, 컨설팅 등 점점 다양한 형태로 빼내가고 있어 적발하기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청은 중소ㆍ벤처기업의 우수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불법 기술유출방지 지원사업에 올해 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업체별로 보안시스템 구축비용의 70% 이내로 최고 1,5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창원 중기청 기업정보화과장은 “최근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으로까지 첨단 기술을 유치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산업보안에 대한 인식제고를 스스로 기술유출을 방지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국정원도 중기청 및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협조해 중소기업 보안책임자 및 실무자를 위해 전국 순회 ‘맞춤형 산업보안 설명회’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중소ㆍ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보안협의회’를 확대, 구성할 계획이다. 김종길 한국산업보안연구소 소장은 “산업스파이가 계속해 급증하기 때문에 중소ㆍ벤처기업도 예외는 아니라”며 “앞으로 중소ㆍ벤처기업도 자체적으로 산업보안에 철저히 대비하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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