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힐러리 승리의 휴유증

미국 공화당원들은 ‘미니 슈퍼 화요일’로 불리는 지난 4일 경선을 두 가지 이유에서 자축하고 있다. 우선 공화당 대통령 후보 선출 경쟁이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으며 그는 이제 대선 본선의 경쟁자가 될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들에게 무엇보다 기쁜 또 하나의 소식은 지난 한 달여간 끌어온 민주당 경선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선거에서 ‘동력(모멘텀)’은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내준 뒤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그는 ‘슈퍼 화요일’ 경선 이후 또다시 11연승의 상승세를 탔지만 이번 텍사스와 오하이오 프라이머리 이후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반면 힐러리 의원은 텍사스와 오하이오 경선에서 다시 후보 지명을 위한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힐러리 의원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민주당에는 결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힐러리 지지자들과 오바마 지지자들 간의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힐러리 의원은 이번 기회야말로 오바마 의원의 승기를 꺾고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오바마 의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치열한 당내 경선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려되는 점은 이런 과정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고 공화당에 득이 될 경우다. 물론 후보자는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힐러리가 되든 오바마가 되는 민주당은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민주당원들은 지난 2000년에도 치열한 당내 경선으로 양분됐던 적이 있다. 그들은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경선과정에서도 어느 후보가 승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 결과는 당연직 대의원인 슈퍼 대의원들 손에 달렸다. 그러나 이는 정통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는 오바마 의원이 더 많은 대의원 수를 확보하고 있다. 힐러리 의원은 대의원 숫자가 많은 대형 주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슈퍼 대의원들 마음을 움직이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마도 힐러리 의원은 플로리다와 미시간 등 대의원 수가 집계되지 않은 주에서 재경선을 요구할 수도 있다. 오바마 의원도 마찬가지다. 결국 민주당의 경선 시스템은 흔들리고 승리한 후보 역시 오명으로 얼룩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 민주당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최종 후보를 선출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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