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백화점의 시대정신


우리나라 백화점의 효시는 지난 1930년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리에 일본인이 세운 미스코시 백화점이다. 그 이듬해인 1931년에는 민족자본에 의한 최초의 백화점인 화신백화점이 문을 연다. 화신백화점은 당시 지물업으로 큰 돈을 번 박흥식 선생이 세운 백화점이다. 일제 강점기 우리 백화점은 일본상권에 대항하는 민족상권으로서 역사적 의미가 컸고, 영화와 소설의 단골소재로 등장하면서 서민들이 구경하고 싶은 명소이기도 했다. 우리경제의 고도성장과 그 궤를 같이하면서 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우리 백화점업계도 큰 발전을 이뤘다. 이러한 성장은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백화점이 대중화되고 영화상영ㆍ교양강좌ㆍ외식업 등 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하면서 서민들에게 다가섰다. 우리나라 백화점의 눈부신 발전이 결코 백화점 업계와 고객만이 아닌 입점 중소기업의 부단한 신제품 개발과 품질향상 노력이 함께 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형 백화점들은 중소기업에 매장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는 판매 수수료를 꾸준히 인상시켜 90년대 초 25%이던 것을 30% 수준까지 인상한 것은 물론 각종 할인행사 참여를 강요하고 과다한 인테리어 공사비도 부담시키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패션협회가 백화점 입점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보면 81%가 판매 수수료율이 높다는 데 가장 불만이 많았으며 평균 판매수수료율이 29.3%, 심지어 최고 38%에 달하는 업종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은 부동산 임대업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소비자들도 높은 판매수수료 탓에 비싼 상품 값을 치르게 되고 오죽하면 정부가 관치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형백화점을 상대로 판매 수수료 인하 개선책을 요구하고 나섰겠는가. 사회 불평등 문제 등으로 야기된 미국 월가의 시위가 대서양을 건너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올라섰지만 비정규직ㆍ영세소상공인ㆍ저소득층 등 각 분야에서 불만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사회 양극화가 화두가 되고 현실 속에서 일제강점기 민족자본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백화점을 설립한 선대의 시대정신을 되살려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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