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버취업 박람회 첫날] “소일하고 용돈도 벌고” 1만여명 몰려 북새통

“집에서 놀면서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보다 일하면서 젊게 사는 게 백번 낫지…. 늙지도 않고 말이야”올해 칠순을 맞았다는 최창식씨는 패스트푸드점 일자리를 신청하고 연실 싱글벙글 이다. 28일 `2003 실버 취업박람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도양 홀은 아침부터 일자리를 원하는 `실버`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경제신문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이날 오전중 내방객만 1만2,000명으로 지난 상반기 이틀 동안 행사 때의 2만2,000명에 비해 배나 내방객이 늘어났다. 계속된 경기침체와 함께 노인들의 취업 수요가 크게 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노인인력 대거 몰려=“앞으로 10년은 더 할 수 있습니다”한국맥노날드 부스에서 취업 안내를 하고 있는 강홍식(66)씨. 노란 티셔츠 만큼이나 젊어보여 할아버지란 인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너무 재미있다. 젊은 사람들과 같이 근무하면서 용돈도 벌고, 아마 이만한 일도 없을 것”이라는 강씨는 맥도날드 아셈타워점에서 일한지가 벌써 1년6개월이나 됐다고 밝혔다. 강씨는 99년 전역한 해군 장교다. 캐주얼 복장에 모자를 멋지게 쓰고 한국통역번역센터에 이력서를 막 접수시키고 나온 김진영(58)씨는 “병원을 운영하는 아들도 있고 서초동에 큰 아파트도 있지만 건강하고 무엇보다 내 경력과 경험을 좀더 사회에서 활용하고 싶어 나왔다”며 “최근 자꾸 사고를 내고 있는 화학시설물의 노후와 교체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가”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김씨는 한국전력을 거쳐 20년 동안 한국전력연구원에서 일하면서 연구그룹 장까지 맡았으며 박사학위 수료증까지 있다. 현재 산업기술협회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생계형 취업자도 많아=각 구청 부스, 채용업체 대신 이력서를 접수해주는 부스에서는 생계형 노인들이 대거 몰렸다. 대부분 경비, 미화, 운전, 택배 등 단순 노무직으로 월 급여가 70~120만원인 이들 직종 구인 대 앞은 하루종일 노인들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신림동에서 왔다는 신모(64) 할아버지는 “ 큰 아들이 최근 명퇴해 일거리를 알아 보려 나왔다”며 “집 부근에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이력서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8장이나 준비해 왔다”는 백인순(55)씨는 “조리경력 20년이지만 맘에 드는 구인업체가 별로 없다”며 “나 온 김에 베이비시터업체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편에선 이력서 제출 조차 포기하는 노인들도 있었다. 노원복지관에서 왔다는 노인 4명은 “우리는 모두 70대다. 체력 좋고 일하고 싶으면 뭐하나, 50대, 60대 노인이 대부분인데 우리가 갈 데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방태원 서울시 노인복지과장은 “상반기 때보다 채용규모, 구인직종, 부스 등을 크게 늘렸지만 이렇게 많이 몰릴 줄 몰랐다”며 “시도 앞으로 이런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충제기자 c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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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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