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환율대책 놓고 외환당국-산업계 이견 확대

업계 "당국 뭐하나"..당국 "스스로 대처해야"

올들어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자 재정경제부와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과 정부 부처인 산업자원부까지 나서 외환정책에 대해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시장개입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채 기업들 스스로 규모가 커진 시장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일시적 시장 교란 요인이 발생할 경우 미세개입(스무딩오퍼레이션)을 통한 대처가 필요하나, 시장을 거스르는 개입은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율 연초이후 하락 일변도..산업계 "당국 뭐하나" 지난해말 1천10원선이던 원.달러 환율은 올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고 이달들어서는 장중 8년2개월만에 최저수준인 950원선까지 떨어졌다. 2월에도 환율 하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급해진 기업들은 당국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변하는 데는 당국에 대한 신뢰 부족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지적이다. 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를 믿지 못해 기업들이 확인되지도 않은 롯데쇼핑 해외상장 관련 자금 유입설에 놀라 달러를 내던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환율 하락에 따른 비상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세우고는 있으나, 900원대 중반대 환율은 대기업으로서도 부담스럽다"며 "일부 기업 IPO를감안해 환율이 떨어지는 일시적 교란 현상에 대해서도 조치에 나서지 않는 당국을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에서 환율정책에 불만을 터뜨릴 정도니 중소기업의 하소연은 불문가지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지난 5일 환변동보험 보험료 추가 인하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기협은 "한 달 사이에 환율이 50원가량 하락하는 등 중소기업이 감내하기 힘든 수준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환율 급락으로 수출 중소기업 3분의 1이 적자수출을 하고 있으며 5.2%는 수출을 포기하는 등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돼 연쇄도산이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무역협회 등도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잇따라 내놓으며 당국의 적극적 환율안정 노력을 요구했다. 정부 부처인 산업자원부까지 외환당국 공격에 동참하며 재경부와 한은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신동식 산자부 무역유통심의관이 이달 초 "실물경제가 다 무너지고 나면 금융이무슨 필요가 있느냐. 실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금융정책이 어디 있느냐"며 비판하고 나섰다. ◇당국 "변동폭 확대에 대비하라" 외환당국은 산업계의 요구에 난처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무분별한 시장 개입은자제해야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하루평균 거래량이 45억달러 수준인 시장에서 몇 억달러 흡수해 봐야 예전같은 개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은행간 현물환 거래량은 지난 2003년 일평균 26억1000만달러에서 2004년 39억달러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45억2000만달러로 늘어났다. 특히 역외선물환(NDF) 거래량까지 포함할 경우 70억달러가 넘게 거래되고 있어섣부른 개입에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 자칫 환율 폭락으로 역외세력 배만 불려주는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이다. NDF 거래량은 지난 2003년 13억4000만달러에서지난해 26억1000만달러로 배증했다. 오히려 당국은 기업들이 당국 개입만 바라보고 있지말고 스스로 환위험 헤지에나서야 할 때라고 권고하고 있다. 시장 거래규모 확대로 환율 등락폭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자체적인 환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8일 "일부에서 환율 절상으로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하루평균 수출액이 10억4천만달러로 작년 1월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앞으로 한동안 환율변동폭이 위.아래 양쪽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50원이던 일평균 환율 변동폭은 올 1월 6.50원으로 크게 확대됐고 이달들어서는 8.80원으로 늘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중호가제도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올들어 현물환 거래량이 70억달러를 넘는 날이 며칠 될 정도로 거래량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의 폭과 깊이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 기업들 스스로 환위험 관리능력을 키워야 한 두 변수에 일희일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당국의 신중한 대처가 바람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성 연구원은 "개입을 통해 환율 추세를 반전시킬 수 없는만큼 당국이 일시적 치우침을 바로잡는 속도조절 정도만 하는 게 맞는 방향으로 보인다"며 "기업도 더이상 당국이 환율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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