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최대 악재였던 달러난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국내 경기하강이 워낙 심각해 환율이 안정될 경우 금리를 더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5.00%로 내린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통화정책의 큰 짐을 더는 효과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환율이 하락해 안정을 되찾는다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뽑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덧붙여 0.25%포인트 인하 효과를 묻는 질문에 “금리 변동이라는 것이 한번만 있는 게 아니라 다음에 있을 수 있어 누적 또는 중기로 보면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 총재의 머릿속에 어느 정도는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가 물가불안보다 경기에 우위를 두는 듯한 스탠스는 다시 한번 확인됐다. 그는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금리정책의 첫째 신호는 물가이고 그 다음에 경기 신호와 경상수지ㆍ자본수지 등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물가가 유가 하락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통화정책을 경기 쪽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의중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원은 “환율 안정으로 한은이 경기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인하에 나설 확률이 더욱 커졌다”며 “적어도 내년에 4% 초반까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