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장자 철학'서 배우는 자유·행복

■ 망각과 자유

강신주 지음, 갈라파고스 펴냄


동양고전이라고 하면 난해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이 많다. 동양고전을 풀어쓴 책이라고 할 때 대부분 두 종류다. 첫째는 원본에 주석을 달면서 자구에 따른 소극적인 해석을 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를 우리의 현재 인식과 접목시킨 해설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은 논어나 맹자, 중용 등 유명한 작품에 한정돼 있다.

'감정수업' '다상담' 등의 저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문학자 강신주가 타자에 대한 사랑의 관점에서 '장자' 철학을 재해석한 '망각과 자유-장자 읽기의 즐거움'을 펴냈다. 저자는 연세대 철학과에서 '장자 철학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학위를 받은 장자 전공자다. 그는 박사 학위를 마친뒤 장자의 정신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 아래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장자의 가르침으로 현대인의 삶의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장자의 핵심은 인간의 자발적인 인식과 행동을 촉구하는 데 있다. 로고스의 빛을 찾아 어둠 속을 헤매던 서양 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유사 이래로 중국 사상사들은 평화와 행복으로 안내해 줄 수 있는 안전한 길, 즉 도(道)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오직 장자 만큼은 길이 미리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길은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장자가 만들라고 했던 그 길은 타자를 향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사랑과 연대없이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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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망각'이라는 문제가 등장한다. 저자는 자유와 행복, 사랑과 연대를 향하는 길에서 망각을 제시한다. 망각이 우리 삶을 좀먹는 기억들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망각이 잊기만하는 허무주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장자의 망각이란 우리가 타자로 건너가려고 할 때 장애가 되는 무거움과 우울함을 비우는 노력이다. 간혹 장자가 비움을 뜻하는 '허(虛)'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즉 망각은 하나의 수단이자 통과의례다. 저자가 보급하려는 인문학의 최종 목적이 사랑과 연대를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기억들을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소재는 장자만이 아니다. 니체, 들뢰즈, 스피노자, 레비나스 등 서양 철학자들을 넘나들며 동서양을 관통하는 망각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니체가 '망각은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능력'이라며 장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결국 망각을 통해 얻는 것은 사랑과 기쁨이다. 저자는 장자의 가르침에서 우리 삶을 위한 소통의 근원을 찾는다. 1만2,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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