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반길 수만 없는 사상최저 부채비율

한국은행에 따르면 3ㆍ4분기 상장ㆍ등록법인 1,560여개사의 평균 부채비율이 98.1%로 나타나 사상 처음 100%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미국ㆍ일본 등에 비해서도 현격하게 낮은 것이다. 부채비율이 낮다는 것은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건전해져 체질이 강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과거 빚을 내서라도 사업확장에 나서는 등 실속도 없이 덩치만 부풀리던 외형중시 경영이 사라지고 내실경영의 풍토가 확실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부채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기업들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려 돈을 많이 벌었지만 빚 갚는데 주력했을 뿐 투자를 하지않고 있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투자부진은 지금 경제난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더 나아가 성장잠재력 약화로 우리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만든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은 엄청난 현금을 쌓아놓은 데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기업의 현금보유액은 무려 44조원이며 이 중 5대기업만도 13조원에 달한다. 투자기피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미국 기업들의 수익과 현금유동성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할 만큼 전년대비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투자증가율은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기피는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의 말처럼 마땅히 투자할 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그게 100% 정답은 아니다. 우리의 경우 정책 불확실성까지 가세하고 있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투자할 곳이 없는데다 각종 규제와 오락가락하는 정책, 불안한 정국과 노사관계 등 경영환경마저 불확실하니 투자심리가 더욱 오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당면 경제난을 일거에 해결할 비법은 없지만 그나마도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기업투자의 활성화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정거래법ㆍ기업도시법 등 현실은 안타깝게도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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