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0월 20일] 기로에 선 이명박 정부

1년 전 국민들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게 압도적인 차이로 표를 몰아줄 때 무엇을 기대했을까. 한마디로 선진국 도약이었다고 본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통해 경제강국이 되는 한편 국민의식 개혁, 사회갈등 치유, 법치주의 확립 등 사회적 자본도 확충해 선진화되기를 바랐다. 이 후보의 공약대로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안전망의 울타리로 보호되는 것도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감세 등 각종 정책의 수혜는 대기업ㆍ부유층 중심으로 짜여진 반면 7% 성장은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임기 초반 쇠고기 파동이나 환율 등 거시경제 운용 정책 등을 보면 참여정부보다 더 아마추어라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메가톤급 태풍으로 국제 금융시장을 강타하며 실물 경기 침체의 공포가 덮칠 줄 누가 알았겠나. MB노믹스의 핵심 플레이어로 기대됐던 기업들은 어떤가. 규제 완화 타령만 해댈 뿐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대 이하다. 최근 유동성 경색 와중에는 환투기까지 일삼아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 위기는 ‘작은 정부-큰 시장’이라는 밑그림부터 흔들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국은 규제 강화나 공공 부문의 역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케인시안으로 분류되면서 세계 경제학계의 변방을 떠돌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것도 이 같은 변화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신자유주의 질서에 금이 가면서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거 15년간의 유동성 거품에 힘입어 고성장ㆍ저물가라는 호시절도 끝나면서 경기 침체기는 3~4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로서도 양자택일의 기로이다. 부작용을 각오하고 성장우선주의를 고수하느냐, 경제 체질 강화 및 민생안정으로 선회하느냐이다. 어차피 국내외 여건 악화로 정책 카드가 제한적인 만큼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은 정치적 슬로건 이상의 의미는 없다. 이명박 정부로서도 “MB노믹스를 펼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부르짖기에 앞서 국민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되새겨볼 때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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