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에 따른 반대매매 규모가 커지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연초부터 개인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증시가 급락할 경우 깡통계좌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 경기 침체 등 원투 펀치를 맞고 증시가 크게 휘청거리면서 반대매매에 따른 손실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신용거래융자나 미수거래는 원금손실만 입는 게 아니다. 여기에 더해 반대매매로 인한 손실과 높은 이자율 등 3중고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지난달 신용거래융자 규제를 푼 데 대해 깡통계좌 속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있다며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반대매매 규모가 갈수록 커져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미투자자 원금손실에 울고 반대매매에 통곡=국내 증시가 악화일로를 걷자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특히 '증시가 오른다'는 기대감에 신용거래융자 등 무리하게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섰던 개미투자자들의 경우 주가하락에 따른 원금손실은 물론 반대매매와 높은 이자율 등으로 깡통계좌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나섰던 신용거래융자가 증시 폭락에 주식계좌 잔액 '제로(0)'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신용거래융자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으로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다. 신용거래융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요즘처럼 증시가 급락하면 바로 깡통계좌로 이어질 수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15~180일간 이자율이 5~12%로 높은데다 140%의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반대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 들어 지난 21일까지 신용거래융자에 따른 반대매매 하루 평균 금액은 40억원으로 2011년 9월(67억7,000만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들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신용거래융자로 고객이 지불해야 하는 이자율도 1~15일이 5~9%, 16~30일이 9~12% 등 높은 수준을 기록해 증시폭락 시기 투자자들에게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증시급락은 진행형…투자자 탈출구가 없다=전문가들은 빚을 내 무리하게 주식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당분간 손실의 구렁텅이에서 탈출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이어 터져나온 중국 경기 침체라는 악재가 수출감소에 따른 기업 실적악화로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가 한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 초 상승 기대감에 개인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신용거래융자가 1조원가량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달 7일 증권업계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5조1,000억원 아래로 한시적으로 제한했던 신용거래융자 규제를 푼 점도 최근 신용거래융자 증가 추세에 기름을 부어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라는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빨라야 4ㆍ4분기에나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3ㆍ4분기까지는 중국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하락하면서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의 경우 최근 급락세가 신용거래융자에 따른 반대매매 등 악성매물이 출회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며 "대내외 악재는 물론 반대매매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등의 여파로 쉽사리 상승 흐름으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 초부터 투자자들이 상승 기대감에 지렛대 효과만을 노리고 무리하게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섰던 것과 금융당국의 방관 등이 맞물려 작용하면서 현재의 사태가 초래됐다"며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