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 개정안 통과 이후 잇따르고 있는국적포기 신청자들 가운데 부모의 직업이 공무원인 경우 명단을 실명공개하는 방안을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이른바 사회지도층들이 지켜야할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명단공개는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명단공개의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보호돼야 한다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는 것.
특히 국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공무원 부모 실명공개에 머물지 않고, 공직배제 방안까지도 추진할 태세여서 파문확산이 예상되고 있다.
홍 의원은 18일 법무부가 사생활 침해 소지를 이유로 국적포기자 부모의 실명을 완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법무부가 자료를 제출하지않으면 장관을 고발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홍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 "공직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살며, 국민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예산을 통제할 의무는 국회의원에게 있다"면서 "잘못쓰인 것은 그냥 둬선 안 된다"고 실명 공개 추진 배경을 밝혔다.
홍 의원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공복이기 때문에 아들의 국적 포기에 앞장선것은 공직자 자세가 아닌만큼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무부가 왜 이들을 감싸는지 모르겠다"면서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의 모든 잘못된 행위를 프라이버시라 하면 국민의 알 권리를 어디서 찾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당론을 정하지않은 채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고, 의원들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사사로운 사기업 명단공개도 아니고, 공기업 등에 있는 분들의 경우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반면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은 "국적을 포기해서 군대를 안 가려고 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면서도 "거기에 대해 응분의 조치가 있어야 하겠지만 부모의 실명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좀 더 연구해 봐야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文炳浩) 법률담당 원내부대표는 "병역문제를 위해 국적포기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공적 영역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적영역"이라면서"공무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지적했다.
한편 네티즌들은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태이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이날부터 공무원 부모 실명공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명공개 찬성 응답이 80%를 훌쩍 넘어 반대의견을 압도했다.
법무부는 17일 국적포기 신청자 부모 중 전.현직 공직자 부모 9명에 대한 자료를 홍준표 의원에게 제출하면서 부모의 성과 근무처만 개략적으로 보고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고일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