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18일] <1477> 재패니스 가든


세계 어딜 가도 일본제 상품이 꼭 있다. 자동차며 가전제품은 물론 선박과 기계류까지. 한국산 상품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일본이 만들면 우리도 만들어야 하고 일본이 수출하면 우리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습성을 갖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능 공업대국 일본과 경쟁적인 산업구조를 갖췄다는 한국이 빼먹은 게 하나 있다. 바로 정원이다. 웬만한 도시나 유명 대학에는 일본식 정원(Japanese Garden)이 들어서 있다. 일본인 특유의 축소 지향적이고 아기자기한 조경으로 유명한 재패니스 가든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인공조경의 극치에 감탄한다. 관광객들의 뇌리에 일본 문화의 우수성과 일본제 상품에 대한 신뢰가 자리 잡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언제부터 그랬을까. 학설이 다양하지만 일본이 식물을 해외로 대량 반출한 최초의 기록은 1909년 8월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쿄 시장이 벚나무 2,000여그루를 워싱턴DC에 선물한 것이 시초다. 일본 문화에 매료됐던 헬렌 태프트(미국과 일본이 각각 필리핀과 조선을 강점하기로 약속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했던 태프트 미 육군장관의 부인)의 요청으로 벚나무는 태평양을 건넜다.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태프트가 포토맥 강변에 심어놓은 일본산 벚나무는 오늘날 2만여그루로 증식돼 워싱턴 정가의 봄을 알리는 명물인 벚꽃축제를 수놓고 있다. 벚꽃축제와 재패니스 가든에서 일본풍을 맛본 뒤에는 ‘일본 상품은 친숙한 고급품’이라는 인식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정원을 수출의 최첨병으로 인식한 일본은 정부 기금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원을 세계에 깔았다. 요즘에는 중국까지 차이나풍 정원 조성에 나섰다. 한국식 정원은 거의 없다. 어쩌다 생긴 것도 관리부실로 상태가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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