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중산층 "싸 보이는 제품 싫다"

인도 200만원대 자동차 '나노' 결국 실패<br>판매량 급감에 고급형 출시<br>아이폰도 보급형 5C보다 비싼 5S 판매량 두배 많아


인도의 20대 직장인 커눌 발(28)씨는 최근 자가용을 구입하기 위해 여러 자동차 모델들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물망에 오른 차종은 인도 기업인 타타모터스의 초저가 차량‘나노’. 수입이 많지 않은 인도의 젊은 소비층을 타깃으로 파격적인 싼 값에 출시된 제품이다. 하지만 그는 잠시 고민한 끝에 발길을 돌렸다. 서민층이 타고다니는 오토바이형 3륜 인력거 ‘릭쇼’와 비슷한 요란한 엔진소리에, 울퉁불퉁한 길을 다니기에는 힘이 달린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결국 돈을 더 주고 나노보다 세련된 컴팩트카인 현대자동차 i10을 선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후인 2009년 1월, 인도의 타타모터스는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인 나노(Nano)를 출시해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한 대당 가격이 2,000달러(약 213만원)인 나노의 등장은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경기침체로 주머니가 얇아진 ‘실속파’ 소비자에 대한 공략이 먹혀들 것인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로부터 4년 9개월이 지난 뒤, 서민도 살수 있는‘국민차’를 표방한 나노의 도전은 처참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달 초, 타타는 사양을 대폭 업그레이드하고 가격도 1.5배 이상 올린 ‘나노LX 2013’을 모델을 들고 재도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초저가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던 ‘나노’의 전략은 실패로 돌아간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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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는 금융위기 직후 ‘반짝’ 인기를 끌며 시장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회사에 따르면 나노의 판매량은 2010년 회계연도의 7만432대에서 이듬해에 7만4,527대로 6.8% 증가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판매대수가 5만3,848대로 급락하더니 올해 들어서넌 상반기를 통틀어 고작 1만대 팔리는 데 그쳤다.

싼 가격을 내세운 나노가 이처럼 소비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은 것은 ‘싸구려’ 이미지 때문이다. WSJ는 “인도의 중산층이 싼 차를 원하지 싸 보이는 차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며 “소비자들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제품을 갖기 위해 비용을 좀더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타타모터스는 결국 초저가 전략을 폐기하고, 4억달러의 개발비를 들인 고급형 나노를 선보였다. 기존 나노에는 없던 에어컨디션과 스테레오, 글러브 박스를 추가하고 알로이휠과 전면부 크롬 마감 등을 장착했다. 외관 이미지도 업그레이드했다. 가격은 3,578달러로 대폭 올렸다. 안쿠시 오로라 타타모터스 사장은 “하루 아침에 이미지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나노의 저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는 한참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중산충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저가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사례는 이것 뿐이 아니다.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인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스(CIRP)는 지난 달 미국에서 판매된 아이폰 가운데 64%는 값비싼 프리미엄 모델인 아이폰5S였던 반면, 보급형으로 저렴하게 출시된 아이폰5C는 27%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절반 가격인 아이폰5C가 한 대 팔릴 때 아이폰5S는 두 대 이상 팔렸다는 얘기다. 맥옵저버는 “애플 소비자들은 최신형인 동시에 최고인 제품을 선호한다”며 “새로운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고가의 5S를 선택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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