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폐막한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사람들이 향후 물가하락에 대비해 소비를 미루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 역내 재정위기국 및 전세계 에너지·식료품 가격 하락 등 외부요인이 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역내 디플레이션 우려를 반박하면서도 향후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그는 "ECB도 디플레이션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3월6일 열릴 ECB 통화정책회의 전까지 행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7%(전년 대비)로 ECB 목표치인 2%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에서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재정위기 후 각국의 경제정상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ECB가 행동에 나설 경우 '채권 불태화(sterilization)'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CB는 지난 2010년부터 2년간 재정위기국 국채를 매입하는 증권시장 프로그램(SMP)을 시행하며 통화 과잉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국채 매입량과 같은 규모의 자금을 시중에서 빨아들이는 채권 불태화를 실시했다. 2012년 SMP는 중단됐으나 채권 불태화는 지금도 매주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권 불태화가 중단되면 시중에 1,750억유로를 추가로 유통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ECB의 경기부양 기조에 반대하는 독일이 부양책을 부득이하게 써야 한다면 채권 불태화 중단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또 현재 0.25%인 기준금리를 0.1% 혹은 0%로 인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어 큰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