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바캉스 앤 조이/기차여행] '그린투어' 기차 도보여행

철길따라 발길따라 펼쳐진 절경… "夏! 氣차네"<br>풀벌레 노랫소리 벗삼아 뚜벅뚜벅<br>지리산 둘레길 트레킹 '느림의 미학'<br>가슴까지 시원한 바다로 강으로…<br>새만금 횡단·신시도 트레킹 열차

기차를 타고 목적지 부근에 내린 후 땅의 숨결을 느끼며 목적지까지 걸어가는 기차 도보 여행이 인기다.

지리산 둘레길 중 창원마을 장작길

전북 부안군 내소사

채석강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는 "신은 시골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며 '시골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도시는 시대가 변할수록 팽창하고 발달을 거듭하며 인간은 도시 속에 정착해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최근 진정한 삶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도시보다는 시골을, 자동차의 편리함보다는 땅의 숨결을 온 몸으로 느끼며 두 발로 걷는 불편함을 기꺼이 택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코레일이 도보여행을 테마로 한 기차 상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 열차'와 '새만금 횡단ㆍ신시도 트레킹 열차'는 기차에서 내려 두 발로 목적지까지 여행하는 상품이다. 고범석 코레일 영업지원팀장은 "철도는 승용차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6분의 1 수준"이라며 "코레일이 제안하는 도보여행은 기차에서 내려 승용차나 버스 등 탄소 배출이 많은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진정한 '그린투어리즘' 여행"이라고 소개했다. 코레일은 최근 '신정일의 신택리지'를 펴낸 신정일 우리땅 걷기모임 대표와 함께 '기차 타고 떠나는 도보여행'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8월 28일 저자와 함께 서울을 출발해 강경역, 강경나루, 황산나루, 팔괘정, 중림 서원 등 논산 지역 근대문화유산을 답사하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참가 희망자는 7월말까지 코레일 홈페이지(www.korail.com)를 통해 신청하면 100명을 선정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 열차= 지리산 둘레길은 두발로 걸어가면서도 스쳐지나기 쉬운 풀벌레의 노랫가락, 풀 숲 사이에 숨겨진 절경 등을 마치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처럼 만날 수 있는 여정이다. 코레일의 지리산 둘레길 트레킹 열차는 지리산 둘레길 1코스를 자유롭게 트레킹할 수 있는 상품이다. 매일 오전 7시 20분 용산역에서 KTX로 출발해 익산역에 도착, 버스로 지리산 매동마을로 이동한 후 오솔길~다랑논길~창원마을~금계폐교를 잇는 10㎞를 약 4시간 정도 걷는다. 4시간으로 부족하다면 지리산 둘레길의 백미인 인월~금계 구간(19.3㎞)을 7시간 동안 걷는 코스도 있다. 지리산길 안내센터~구인월교~중군마을~장항마을~장항교~매동마을~등구재~창원마을~금계마을~의탄교로 이어지는 일정으로 초심자의 경우 1박 2일도 권할 만하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 매동마을은 마을의 형상이 매화를 닮았다고 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지리산 능선이 바라보이고 뒤로는 울창한 대숲과 솔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아늑하다. 매동마을부터 줄곧 완만하게 고도를 높여온 콘크리트길이 끝날 즈음에 지리산길은 푹신한 흙길로 갈아탄다. 산내면 중황ㆍ상황마을의 농로와 논두렁길을 지나는 지리산길은 지리산 쪽으로 시야가 훤히 열려 있다.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지리산 서북릉의 덕두산, 바래봉 뿐아니라 저 멀리 지리산 주릉까지도 보인다. 전라도 마을인 상황마을과 첫 경상도 마을인 창원마을 사이에는 해발 700m의 등구재가 있다. 거북이 등처럼 생겼다는 등구재는 널찍한 신작로가 생기기 전까지 두 마을 사람들이 오가며 정을 나누고 혼담도 주고받던 옛길이다. 백두대간을 가로지르는 준령(峻嶺)들에 비하면 그저 언덕길 정도로 보이지만 지리산길 제1구간에서는 가장 힘든 구간으로 꼽힌다. 등구재 내리막길은 곧장 창원마을의 다랑이논길로 이어진다. 사방천지가 온통 첩첩산중인데도 사이사이 들녘은 의외로 넓다. 주로 논두렁길이거나 다랑이논 사이로 구불거리는 창원마을의 지리산길도 시야가 시원스럽다. 혹자의 말대로 지리산길은 눈보다는 마음이 즐거운 길이다. 이름난 풍광과 빼어난 절경이 아니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풍경을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덕분일 터다. ◇새만금 횡단ㆍ신시도 트레킹 열차=무더운 여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싶다면 코레일이 선보인 '새만금 횡단, 신시도 트레킹 열차' 상품을 선택해 보자. 새만금 트레킹 기차여행은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 방조제(33km)와 바닷물을 들여보내고 내보내는 배수갑문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용산역에서 오전 7시 30분 떠나는 KTX를 타고 새만금과 신시도를 자유롭게 트레킹한 뒤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에 있는 내소사와 채석강을 둘러보는 당일코스다. 신시도는 산행에 단련된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드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배수갑문을 구경하고 199봉을 거쳐 월영재~월영산~미니해수욕장~대각산~마을길~월영재~주차장으로 돌아오면 약 7㎞ 거리로 산행시간만 3시간이 소요된다. 트레킹 코스 가운데 신시도 월영산은 고군산군도의 주봉으로, 높이는 198m에 불과하지만 이 지역 섬 산 가운데 가장 위엄 있고 높은 봉우리로 통한다. 새만금 방조제가 준공되면서 이 산 바로 밑까지 도로가 뚫려 '신선들의 놀이터'라 불리는 고군산군도 최고의 전망대가 더욱 가까워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유홍준 교수는 한국의 5대 사찰 중 하나로 내소사를 꼽았다. 절집 자체보다 산과 어울리는 조화로움이 매력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길이가 제각각 다른 24개의 기둥을 가진 봉래루 앞에는 수령 300년으로 추정되는 보리수나무가 있고 가을이면 노란 단풍이 일품인 당나무가 절집 마당을 지키고 있다. 그 뒤로 보이는 보물 291호 대웅전은 단청이 화려하거나 건축물이 크진 않지만 수수한 멋이 있다. 정면 여덟 짝의 꽃무늬 문살은 나무를 깎아 만들 수 있는 조각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치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낸 듯 잎사귀까지 표현한 나무 조각은 세월의 흔적이 스며 있다. 채석강은 가 보지 않은 이들이 간혹 '강(江)' 이름으로 여기기도 하며 시중에서 많이 쓰이는 한자 표기도 '彩石江', 영락없는 강 이름이다. 채석강 앞 안내판에는 '당나라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강이지만 여기서는 바닷가 해변 절벽인 것이 차이다. 채석강 바다 절벽은 수만권의 책을 층층이 쌓아 놓은 듯한 모양이 압권이다. 문의=서울역 여행센터(02-3149-3333), 용산역 여행센터(02-3780-5555)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