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스타로 부상한 카카오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올 들어 가입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데다 주력 수익원인 게임하기 서비스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무엇보다 모바일 메신저의 격전지인 해외에서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자칫 국내용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전체 누적 가입자는 최근 1억3,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7월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한 지 5개월 만에 3,000만명이 추가로 늘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가입자 수는 2억명에서 3억명으로 늘었고 중국 텐센트의 '위챗'은 4억명에서 6억명을 증가하며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1위로 올라섰다.
1억3,0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가입자 중 3,500만명은 국내 가입자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70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카카오톡의 국내 가입자 역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 2001년 7월 일본에 현지법인인 카카오재팬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글로벌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후 일본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한때 애플리케이션 장터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류 열풍과 맞물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모바일 메신저라는 명성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출시 초기부터 해외 시장에 주력한 라인에 발목을 잡히며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야후재팬 합작사를 설립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라인과의 경쟁에서 판정패를 당했다. 라인은 카카오톡보다 1년3개월 늦게 선보였지만 일본과 대만·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뒤늦게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도 대대적인 마케팅을 내세운 위챗의 아성에 밀려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분석이다. 주력 서비스인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으나 비슷한 형식의 게임이 우후죽순 출시되면서 카카오톡 게임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용자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중소개발사의 모바일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까지 출시된 게임 중 누적 다운로드 1,000만건을 넘은 게임도 9종에 달한다.
하지만 올 들어 카카오톡 게임의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올해 출시된 카카오톡 모바일 게임 중 다운로드 1,000만건을 넘긴 게임은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이 유일하다. 현재 카카오톡 인기 게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넷마블의 '몬스터 길들이기'는 출시 4개월이 지났지만 다운로드는 500만건에 불과하다. 카카오톡 게임이 대형 게임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엇비슷한 게임이 늘어나면서 이용자 분산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카카오는 해외 게임업체와 손잡고 잇따라 외산 게임까지 출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으나 예전만큼 위상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수료를 둘러싼 중소개발사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를 내놓을 당시만 해도 수익을 내는 중소기업 100만개를 육성하겠다고 밝혔으나 게임하기 서비스의 수수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중소개발자들은 전체 매출의 21%에 달하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최근에는 아프리카TV가 수수료를 10% 안팎으로 책정한 게임센터 서비스를 내놓고 카카오톡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게임하기 서비스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승준 유화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에는 단순한 재미를 강조한 캐주얼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카톡 게임하기 서비스가 언제까지 이용자들이 비슷한 형식의 게임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심 차게 출시한 신규 서비스도 잇따라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료 모바일 콘텐츠를 활성화하겠다며 야심 차게 준비한 '카카오페이지'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지는 그간 온라인 포털 업계가 주도하던 유료 콘텐츠 시장의 장벽을 낮추고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워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출시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웹툰 전문 서비스'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서비스 초기부터 무리하게 유료화를 꺼내 든 게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뒤이어 출시된 모바일 쇼핑몰 서비스인 '카카오스타일'과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카카오그룹'도 경쟁 서비스에 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있던 서비스인데다 서비스 자체의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한 까닭이다. 특히 카카오그룹은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내놓은 '밴드'와 한때 경쟁구도를 형성했지만 후발 주자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서버 오류도 빈발해 이용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카카오톡은 올 들어서만 벌써 네 번이나 서버 오류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메시지 전송량이 52억건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모바일 메신저의 핵심경쟁력인 안정적인 서비스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카카오톡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당초 2,5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올해 매출도 전망치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하락은 결국 마케팅 비용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경쟁 서비스인 위챗은 올해 마케팅 비용으로만 2,000억원을 썼고 내년에는 이미 4,000억원가량을 편성했다. 라인 역시 올해 1,000억원이었던 마케팅 비용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카카오톡이 국내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하고 있지만 라인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카카오톡의 아성이 크게 위협 받을 수 있다"며 "결국 국내를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카카오의 미래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