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환율급락 못막은 한은총재 '입'

朴총재 "외환시장 교란 바로잡을것" 구두개입 불구<br>시장선 "공격적 개입 의사 없다" 해석…매도 강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실을 찾은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대부분의 발언내용을 환율문제에 할애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선(先)반영되면서 연초부터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경제에 복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배어 있었다. 박 총재는 최근 환율하락 요인에 대해 전세계적인 달러약세와 한국경제의 강화된 체질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지속된 글로벌 달러강세 추세가 12월부터 조정받고 있다”며 “최근 환율급락에도 불구하고 시장개입을 하지 않은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최근 급락한 환율은 조정국면을 거쳐 균형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총재는 “(이날 금통위에서도) 올해 연평균 환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지난해 초에도 환율이 세자릿수로 들어갈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했지만 하반기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환율이 과거처럼 민감하게 수출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절상에도 불구하고 수출 두자릿수 증가가 유지되는 것을 보면 가격요인보다 기술적 요인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환율 하락폭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박 총재는 “최근의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다”며 “한은 분석 결과 올해 평균환율이 지난해(1,024원)보다 크게 떨어질 요인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이 (우리 경제의) 흡수력을 지나치게 넘어서는 경우 정부와 협력해 안정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한발 더 나아가 필요할 경우 (환투기 세력에 대한) 검사권 등 정책적인 대책도 함께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한중일 3국간 공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세 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기에 충분한 양”이라며 “현재까지 3국 중앙은행 총재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다음달 만나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재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 환율의 급락세는 진정되지 않았다. 박 총재가 기자회견 말미에 환투기 세력이 아직 정확히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말한 데 이어 직접적인 시장개입은 없고 이는 한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발언하자 공격적인 개입의사가 없는 것으로 시장이 해석했기 때문이다. 박 총재의 발언 직후 원ㆍ달러 환율이 2원가량 추가 하락하자 보다 못한 당국은 실탄을 동원,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외환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난 만큼 원론적인 발언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감안해도 이번 구두개입은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며 “이 때문에 역외의 매도세가 한층 강화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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