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평생을 바쳐 완성한 대작 「파우스트」가 발레리나 장선희(세종대 교수)씨에 의해 모던발레로 새롭게 태어난다.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파우스트 2000」이 그 무대.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를 압축 구성, 에피소드 10가지를 발췌하면서도 춤의 재미를 살린 70분 짜리 작품이다.안무가 장선희씨는 국내 무용계에서는 드물게 문학작품을 무대화시키는 학구적인 무용인. 그동안 작업해온 그의 작품 「오이디푸스의 변명」과 「장자의 나비꿈」「황진이」등이 그렇다. 특히 「황진이」는 96년 문예진흥원 창작활성화지원금을 받아 완성되기도 했다.
이번 무대도 자신의 이러한 작업의 한 연장선. 장씨는 『지난 겨울 「햄릿」「파우스트」등 여러 문학작품을 검토하던 중 주변에서 「파우스트」가 극작 긴장감이 더해 춤으로 엮어가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조언으로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지난해 선보였던 「나비꿈」이 삶의 진정성의 동양적 사고라면 이번 「파우스트」는 서양적 사고가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특히 이번 무대는 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남성성을 강조해 전체 출연진 34명중 23명을 남성무용수로 출연시켜 남성적인 에너지를 발산시키는데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남성무용수들의 다양한 테크닉등으로 인해 춤의 볼거리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학문은 잿빛이다」라며 인간의 온갖 지식에 절망하는 노학자 파우스트 역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주역무용수인 이준규가, 부정적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 역에는 국립발레단의 주역무용수인 최세영이 출연한다. 이밖에 각 에피소드를 이어가는 연결고리로 등장하는 코러스의 리드댄서에는 국립발레단의 김창기와 세종대의 황순영이, 그리고 독일 황제 역은 프리랜서 김광범이 각각 캐스팅됐다.
직업발레단에 속한 쟁쟁한 발레리노에 현대무용으로 다져진 「툇마루무용단」단원들이 가세해 힘차고 자유로운 현대발레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안무자 장씨는 그레체헨, 헬레네 역을 맡아 청순하고 관능적인 여성의 양면을 그려낸다.
클래식발레와 현대무용이 어우러지듯 음악도 클래식과 비트가 강한 테크노음악이 교차한다.
제1막 파우스트가 늙음을 탄식하고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넘어가 영혼과 젊음을 바꿀 때까지는 비교적 고전적 스타일로 끌고가다가 젊어진 파우스트를 표현할 때부터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으로 탈바꿈한다. 영화「꽃잎」, 뮤지컬「바리」의 배경음악을 맡았던 원일이 음악선곡과 편집을 맡아 발레음악에 도전한다.
의상은 검정과 흰색, 붉은색으로 깔끔하고 강렬한 분위기로 끌고간다.
전체적으로 파우스트는 인간적인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약한 인물로, 메피스토는 선과 악 양면을 지니고 파우스트를 쥐고 흔드는 인물로 묘사할 예정. 두 인물의 끌고 당김에 촛점을 맞췄다.
중간 도입부와 종결부에 코러스 리드 댄서를 활용해 극을 연결하는 형식을 취했다.
무대구성을 위해 민음사가 괴테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파우스트」를 여러차례 읽었다는 장씨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대목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마지막 남은 고민이라고 말했다. (02)3408-3280
/박연우 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