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6일] 9·11 테러와 천안함 침몰사건

"Oh my God! I can't believe my eyes!…." 지난 2001년 9월11일 오전10시, 대학원 기숙사 휴게실 TV 앞에 모인 학생들은 놀라움의 비명을 질렀다. 당시 나는 미국 남일리노이대(Southern Illinois University)에서 유학하던 때였다. 나는 TV 앞에 모인 학생들 틈에 끼어들었다. 생방송 TV 뉴스 화면에는 뉴욕 쌍둥이 빌딩 중 한 건물에 비행기 한대가 처박혀 시꺼먼 연기를 뿜고 있었다. 조금 후에는 또 한대의 비행기가 나머지 건물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 아닌가. 인상적인 것은 미국 사회가 9ㆍ11 테러에 대처하는 방식이었다. 방송 도중 앵커들은 이 사건으로 인종적 편견이나 종교적 갈등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교수들도 강의 시작 전 짧게 놀라움을 얘기했지만 어떠한 추측이나 비난은 없었다. 오히려 온 국민이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함 침몰사건 직후 우리 사회는 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실종자 구조작업이 우선돼야 함에도 처음부터 원인규명을 재촉하는 목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우리 해군과 국방부의 미흡한 초동 대처가 한몫을 했겠지만 군 전체가 전세계에 발가벗겨졌고 국력은 끝없이 흩어지는 쪽으로 치닫고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어뢰와 기뢰의 전문가가 되다시피 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원인규명을 놓고 수십개의 진상규명 위원회가 만들어질 판이다. 큰 어려움이 닥치면 힘을 모아야 한다. 어려움에 대처하는 우선순위도 냉정하고 철저하게 정해야 한다. 일이 터지면 책임자부터 찾고 비판하기보다는 희생 규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더 급하다. 더구나 천안함 침몰사건은 우리 군과 국민이 모두 피해자다.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찾기까지는 보다 확실한 증거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7년 7월에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이 교회 자원봉사자 2명을 피살했다. 2008년에는 광우병 시위로 온 나라가 마비됐으며 지난해 9월에는 임진강에서 북한의 무단 방류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사건 뒤 우리는 위기관리 체계 확립과 관련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그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사건으로만 기억한다면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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