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의식 지역사업에만 열올려/계수조정 등 통해 정부안보다 2천억선 삭감/추곡가 인상·관변단체 지원 등 진통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11일로 사실상 종료됐다.
여야는 이날 막판까지도 추곡수매가 인상폭과 선심성 지역사업문제, 관변단체지원사업 등에 대한 견해차로 여러차례 정회를 거듭하는 등 심한 진통을 겪었다.
국회는 지난 11월4일부터 이날까지 한달 이상 정부가 제출한 71조6천20억원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중심으로 정책질의와 부별심사, 계수조정을 통해 2천억원 내외를 삭감하는 선에서 나라살림살이 총액과 사업별 규모를 결정했다.
이같은 규모는 금년 예산총액 63조원보다 13.3% 늘어난 수준이다. 또 삭감규모는 전년도의 4백억원에 비해 다소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 처리는 너무 시간에 쫓긴데다 주요사업에 대한 수박 겉핥기식 심의, 지역선심성 예산배정을 위한 당리당략이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경상적자가 2백억달러를 넘어서고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경제난국의 현실에서 재정의 경기보완적 기능에 대한 논의나 대응책이 국회차원에서 제기되지 않아 예산심의의 한계를 노정했다는 비판이다.
물론 여야는 추곡수매가 인상폭을 정부가 당초 제시한 3%보다 다소 높은 선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제도개선특위의 쟁점사항과 연계된 이번 예산안 처리는 제도개선쟁점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법정시한(2일)을 넘기는 등 난항을 거듭했다.
여야 총무들이 그러나 지난 9일 검경중립화 문제와 정치자금법 등 주요 쟁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 그동안 형식적으로 이뤄진 예결위 계수조정작업에 막판 박차를 가했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이에따라 9일에야 사업의 타당성과 지역균형발전, 정치성을 고려하면서 문제 예산에 대한 증액과 삭감을 통한 본격적인 계수조정작업에 착수했다.
집권당인 신한국당은 최근 국회 재경위의 조세감면법 개정에 따른 세수감소분 1천9백84억원 한도안에서 세출을 삭감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특정지역 편중사업에 속하는 부산지하철 운영비와 경부고속철도 사업비, 부산 가덕도신항만 개발비, 내년 대선을 겨냥한 관변단체지원금 삭감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야당이 삭감을 요구한 이들 사업은 「청와대」 관심사업으로 알려져 신한국당이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으며 삭감까지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후문.
지역유권자들을 의식한 탓인지 여야의원들은 그러나 영농자금 3천5백억원 증액으로 발생하는 이자차액 보전비 1백50억원과 농어촌 학자금 지원 40억원, 전남 무안공항 설계비 60억원, 충남 보령항만 건설비 30억원, 광주 과기대 설립비 12억원 등의 증액에 합의했다.
예결위 소속의원들은 또 5억∼ 10억원 규모의 크고 작은 지역사업 확보에 열을 올려 계수조정소위가 합리적인 조정보다는 이권을 챙기는 「사업흥정판」이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예결위는 이날 상오 10시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킨 다음 하오 2시에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추곡수매가 인상폭에 대한 여야간의 이견과 선거법 위반에 대한 연좌제 적용범위 등 제도개선특위 일부사항의 논란으로 이날 밤늦게까지 진통을 겪기도 했다.<황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