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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11월 14일] 경기부양책, 세심한 운용 필요

중앙은행들은 똑 부러지게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영란은행(BOE)이 12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는 너무 명료했다. 보고서의 요지는 경기침체로 향후 경제전망이 어두운데다 디플레이션 위험도 있다는 것이었다. 머빈 킹 BOE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를 할 뜻을 밝히면서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책 활용에도 힘을 실어줬다. 영국의 금융당국은 이제 투자자심리를 북돋우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BOE는 최신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통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1.9%로 전망했다. 지난 8월 전망치인 0%보다도 낮춘 것이다. BOE는 또 오는 2009년 말에나 경제성장률이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이며 2010년 말까지는 2008년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BOE는 수요 감소 및 상품가격 하락 때문에 인플레이션 목표치도 낮췄다. BOE가 이달 들어 금리를 1.5%포인트나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 이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20%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BOE의 분석이다. 때문에 BOE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더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킹 총재는 금리인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금융위기가 통화정책의 효력을 무력화시킨 탓에 경제에 시동을 걸 수 있는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BOE의 이 같은 분석은 새로운 재정지출을 서민 가계로 돌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특히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 가구들을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세금 공제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나라에 돈이 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킹 총재가 말했듯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구조적 적자를 메울 계획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주체들 사이의 신뢰도는 저하될 것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이 파운드화 약세를 부추길 수도 있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1.49달러까지 떨어져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정부는 좀 더 앞을 내다보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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