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를 싫어하는 국민성과 상대적으로 낙후된 금융기법 등으로 지금까지 일본에는 헤지펀드가 없었으나 최근 국제금융 환경이 급변하자 일본정부도 헤지펀드 도입을 적극 검토해 왔다.일본 최초로 헤지펀드를 설립하는 화제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헤지펀드인 타이거 매니지먼트에서 이사를 역임했던 나카신 시게히로(47)씨. 그는 오는 11월1일 일본에서 3,000만달러 상당의 헤지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최근 다우존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 델라웨어에 등록돼 있는 나카신의 크레인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초기에 연 수익률 20%짜리 달러펀드와 15%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 엔펀드 등 2가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최소 투자금액은 달러펀드의 경우 100만달러, 엔펀드의 경우 1억엔으로 책정했다.
나카신은 『선진 7개국 및 홍콩시장에서 주가지수, 통화, 이자율과 연관된 선물이나 옵션거래를 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유동성을 특히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다』며 『파산 위기에 몰렸던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로부터 유동성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LTCM이 자본금의 250배나 되는 자산을 운영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던 점을 감안, 향후 펀드 운영규모를 자본금의 4배이상으로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헤지펀드에 대해 강한 반발감을 가져왔다. 전 대장성 재무관이었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헤지펀드가 통화가치의 불안과 특정 주가의 하락을 초래한다며 지속적인 비난을 퍼부어왔다.
또 일본 투자자나 관리들도 일본사회가 전반적으로 리스크를 기피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 헤지펀드의 도입을 꺼려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사카키바라의 후임자인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대장성 재무관은 지난주 마이니치(每日)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그동안 금융기술 및 정보의 부족으로 헤지펀드를 갖지 못했지만 이제는 좋든 싫든 헤지펀드가 필요한 상황을 맞고 있다』며 독자적인 헤지펀드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헤지펀드에 대해 국익차원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00개 이상의 헤지펀드가 존재하며 이중 80% 이상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카신은 노무라연구소와 코구사이 에셋 매니지먼트에서 주로 투자부문 전략분석가로 일했다. 또 세계적인 헤지펀드인 타이거 펀드에서 2년간 일본에 대한 투자자문과 리서치업무에 종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같은 경험을 살려 일본시장에 관심이 많은 부유한 개인이나 미 헤지펀드, 스위스 개인은행과 같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나카신은 『앞으로 일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으면 세계금융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일본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형주기자LHJ30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