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달라도 너무 다른 한·미 공직자 인선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격 사퇴가 발표된 지난 29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는 존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를 만장일치로 인준했다. 케리는 상원 전체회의에서도 압도적 찬성(찬성 94 대 반대 3)으로 68대 미 국무장관에 올랐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극한대립이 빚어지는 우리 정치풍토에서는 꿈만 같은 일이다.


어째서 미국 의회에서는 아름다운 인준과 산뜻한 출발이 가능하고 한국에서는 추악한 대립이 반복될까. 후보자와 의원들의 자질을 떠나 시스템의 문제다. 혹자는 인사청문회가 생산적이지 않고 당리당략 차원에서 진행된다고 비판하지만 그것도 아니다. 철저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성숙한 정치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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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장관급 이상 인사의 경우 무려 16단계의 혹독한 검증과정을 거친다. 대통령 비서실과 국세청, 정부윤리위원회, 인사관리처, 사법부, 상원 행정사무국, 상원 법무국 같은 기관들이 총동원돼 어린 시절과 주변인물, 재산형성 과정, 과거 발언까지 후보자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친 뒤에야 의회지도자들과 사전협의를 거쳐 인사청문회에 올린다. 우리처럼 국회에서 새로운 비리가 밝혀질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미국 의회의 인사청문회 통과율이 98%라는 점도 철저한 사전검증 시스템 덕분이다. 의회의 인사청문회는 자연스레 비전과 정책에 대한 토론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어떤가. 있는 시스템도 활용하지 못했다. 청와대 인사기획관이 도맡는 검증 시스템마저 거치지 않았다고 하니 김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상 초유로 빚어진 차기 정부 초대 총리의 어이없는 중도하차는 부실한 검증 시스템마저 외면한 독단적 밀실인사가 낳은 파행에 다름 아니다. 새 정부의 장관들마저 이런 식으로 채워진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물론 국가로서도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의 불필요한 지출과 국론분열ㆍ정치불신을 피하려면 당장은 기존의 검증 시스템을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에 준하는 그물망식 검증 시스템 도입을 추진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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