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유럽 등 하나로 아울러 동·서방 서로의 존재 인식 계기 마련
몽골제국은 역사상 가장 드넓은 영토를 거느렸다. 1206년 칭기즈 칸이 몽골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부족을 지배하게 되면서 몽골제국의 장엄한 역사도 시작됐다. 칭기즈 칸의 후예들 역시 기세를 이어가며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러시아·동유럽에 이르는 유라시아 대륙의 대부분을 몽골제국의 손아귀에 넣었다.
미국의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모건 위스콘신대 역사학과 명예교수는 몽골제국의 이 같은 역사에 주목한다. 유라시아 대륙을 휩쓴 몽골 제국이 어떻게 건설되고 통치됐는지 몽골 제국의 발자취를 충실히 더듬어 간다. 중국 측 사료는 물론 페르시아(지금의 이란), 러시아 등 중동과 유럽 지역 사료와 논문을 폭넓게 활용했다. 침략자 혹은 약탈자라는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이 어떻게 국가를 조직하고 세계를 정복해 통치를 실현했는지, 몽골제국이 이룩한 세계화와 그 영향들은 무엇인지 몽골제국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책에는 군사 조직과 통신 체계 등 몽골제국의 통치 시스템이 세부적으로 설명돼 있다. 몽골제국의 군대는 간단하고 획일적인 체계를 갖추기 위해 십진법 체계에 따라 10명·100명·1,000명·1만 명 단위로 조직됐다. 이 중 1만 명으로 구성된'투멘'이 가장 주요한 전투 단위였다고 분석한다. 몽골제국의 통신체계인'얌'(일종의 역참 제도)에 대해서도 설명을 곁들인다. 저자는 또"몽골족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실용주의자였다"고 풀이한다. 모건 교수는"몽골족은 정부의 효율적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어떤 제도든 채택하고 누구라도 발탁했다"면서 모든 것을 조합해 전혀 다른 이질적 집합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을 특유의'몽골적' 색채로 분석했다.
저자는 몽골제국의 역사를 좀 더 확장해 거대한 육상제국을 건설한 몽골족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도 조명한다. 몽골제국이 세계사에 남긴 영향은 중요하다. 몽골제국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유럽 등에서 개별적으로 역사가 진행됐다. 저자는 이 지역을 몽골제국이 하나로 아우르면서'광범한 교류'의 시대를 열었다고 풀이한다."몽골족이 지배한 아시아에 다양한 형태로 유럽인의 여행이 크게 늘어나면서 확고하게 굳어진 (동방에 대한) 유럽인의 관념에 손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유럽에서 몽골지역으로 왔던 선교사 카르피니와 뤼브룩, 이탈리아에서 중국으로 온 마르코 폴로, 북아프리카에서 서아시아를 거쳐 인도, 중국으로 건너 왔던 이븐 바투타 등은 모두 몽골 제국이 만들어낸 인물이었다. 이 같은 인물들이 남긴 기록들은 동방과 서방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정보가 됐고, 동서 교류가 확대돼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15세기 신대륙 발견으로'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콜럼버스가 마르코 폴로의 기록을 여러 번 읽으면서 동방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켰다는 사실 역시 몽골제국의 여파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내는데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책은 이처럼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제국인 몽골제국을 건설한 몽골족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은 물론 몽골 제국 역사 연구의 특징과 동향 등을 잘 버무린 개론서에 가깝다. 1986년 초판이 나온 이후 1990년 보급판이, 2007년에는 개정판이 발간됐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몽골 제국사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 중인 권용철 씨가 2007년 개정판을 우리말로 옮겼다. 2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