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에서 수술하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당연 적용이 우여곡절 끝에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참석 위원 20인의 만장일치로 의결됐건만 과정을 들여다보면 영 개운하지 않다. 포괄수가제 적용을 강력하게 반대해온 의사협회 측 위원 2명이 이날 건정심 자체에 불참한데다, 안건 통과 이후에도 복지부와 건정심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료제도를 국민의 이해, 전문가 단체와의 합의도 없이 결정했다"며 "특히 총 24인의 건정심 위원 중 의협 측 위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정부가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의료공급자인 병원협회가 포괄수가제에 찬성한 것에 대해서도 "병원 경영자들이 포괄수가제 도입으로 행정비용의 감소와 원가절감을 꾀해 경영상 이득을 보려는 것"이라며 "학문적으로 검증된 전문의학지식과 의사의 양심에 따라 환자를 진료하기를 원하는 대다수 의사들의 의견이 묵살됐다"고 비난했다.
정말 그들의 주장처럼 충분한 토의와 합의가 부족했던 것일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의료계와의 회의는 올해 초부터 4월까지 무려 37회가 열렸다. 11차례의 전문가 자문회의를 비롯해, 현장의사회의 의견 청취를 위한 간담회도 20회 열렸다. 각계 추천 전문가 13인을 구성원으로 한 포괄수가발전협의체를 구성해 벌써 7차례의 회의를 거치기도 했다.
의협이 나선 타이밍도 적절치 못했다. 포괄수가제의 병의원급 당연 적용은 사실상 지난 2월 열린 건정심에서 이미 합의가 된 사항이다. 복지부의 관점에서 보면 3월 집행부가 바뀐 의협이 뒤늦게 말을 바꿔 뒷다리를 잡은 꼴이다.
다수가 충분한 토의를 거쳐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한 건정심 위원은 "부당한 안건에 대해 퇴장을 선언할 수는 있지만 다음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고 소수의 권리를 짓밟는다 운운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마지막까지 꼬투리를 잡는 행동보다는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이 좀 더 의사 전체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행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