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로화, 다시 급락세

유로화, 다시 급락세10주만에 최저치, ECB금리유지·美호황으로 약세 지속될듯 출범 1년 반만에 간신히 원기를 회복했던 유로화가 또다시 힘을 잃었다. 최근 들어 내리막세를 탄 유로화는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1센트 이상 하락, 장중 한때 1유로당 0.90달러선을 무너뜨리고 10주만에 최저치를 갱신했다. 이날 유로화는 오전장 한때 0.8995달러까지 급락하다가 0.9071달러에 거래되면서 장을 마감했다. 유로화는 최근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여 1유로당 100엔이 붕괴, 이날 시장에서도 전날보다 1.75엔 가량 떨어진 98엔에 거래됐다. 지난 5~6월께 모처럼 상승곡선을 탔던 유로화가 다시 폭락을 거듭, 3개월여만에 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바짝 다가선 것이다. 유로화 가치는 99년 1월 출범 당시에 비해 23% 가량 내려앉은 상태. 전문가들은 유로화가 조만간 1유로당 0.8844달러까지 떨어졌던 최저 기록을 갱신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유로화가 갑작스레 곤두박질친 것은 유럽중앙은행(ECB)가 이날 정책위원회에서 금리를 유지키로 결정했기 때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2일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고조되는 반면 유로권 금리는 4.25% 수준에 머물자, 국제 자금이 고금리를 아 미국 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거침없이 성장하는 미국 경제에 있다. 얼마 전까지 유로화에 힘이 실린 것은 미국내 경기 연착륙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유럽 경기가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한데 따른 것이었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치는 반면 유로권은 3%의 고성장을 달성,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던 예상이 실현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유로권은 당초 전망대로 순탄한 성장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올해 유로권 11개국의 경제성장률은 3%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업률은 8년만에 최저치인 9.1%에 머물고 있다. 이날 발표된 유럽연합(EU)의 조사 결과, 유로권의 소비자와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5개월째 10년래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예상은 크게 빗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주 발표된 미국의 2·4분기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5.2%를 기록했고, 개인 소비지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뒤흔들어 놓았다. 미국의 2·4분기 GDP 발표 이후 유로화는 발판을 잃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의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지 않는 한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ABM암로은행의 외환담당 부사장인 브라이언 아라비아는 『미국의 경기 호황이 계속되면 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도이체 애셋 매니지먼트의 통화담당 폴 램버트도 『얼마 전까지 유로화를 받쳐 온 요인들이 사라졌다』며 『시장에서도 유로화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립기자KLSN@SED.CO.KR 입력시간 2000/08/04 16:23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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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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