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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팬오션에 대한 인수 의향을 내비쳤다. 또 강덕수 STX그룹 회장을 STX 구조조정에 활용할 계획도 분명히 했다.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얘기다.
홍 회장은 24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STX팬오션과 관련해 "새로운 사업 모형이 만들어지고 계속 가치가 괜찮아질 수 있다고 판단되면 인수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를 건실하게 만들어 팔아야 한다"면서 "산은이 이것저것 다 인수하면 금산분리 원칙에 벗어나지 않느냐"고 말했다. 산은은 STX팬오션 인수 검토를 위해 예비실사를 진행했으나 대규모 부실을 우려해 인수를 포기했고 STX팬오션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강 회장의 역할을 두고서는 "강 회장은 STX그룹을 설립했고 그동안 여러 가지 비즈니스 딜에 관여했기 때문에 전문적 지식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강덕수 현 STX그룹 회장을 (STX 구조조정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X조선해양은 6,993억원의 출자전환과 모두 3조원가량의 신규 자금 지원을 주요 골자로 한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해 채권단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 연말까지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채권단 지분율은 93%까지 올라가고 대주주였던 강 회장은 소액 주주로 전락하게 된다. 홍 회장의 발언은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대규모 감자로 강 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잃더라도 회사 정상화 과정에서 전문 경영인으로서 그의 능력을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TX다롄과 관련해선 "대규모 영업손실과 과다한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 등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해 가동이 중단됐다"며 "STX그룹은 중국 다롄시, 공상은행, 산은, STX 등 4자협상을 제안해놓은 상태이며 채권단과 협의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책금융 개편과 관련해서는 신중했다. 홍 회장은 "정부안이 나오지 않아 언급이 부적절하다"고 전제한 뒤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약 1.5%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할 수 있지만 두 기관 분리 전 산은이 갖고 있던 자산이기 때문에 예전 재무구조로 돌아간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 이후 재정 건전성 확충을 위해 KDB대우증권 등 자회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정책금융을 재편하려면 산은법을 고쳐야 하는데 그 안에 정책금융에 필요한 투자금융기관 역할을 얼마나 강화할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자회사 매각의 판단 기준을 매각 수익의 극대화보다는 정책금융 지원 가능성에 두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