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김두한역 곽정욱·장년에 김영철 담당시대가 낳은 야인 김두한을 조명한 TV드라마 '야인시대'(이환경 극본ㆍ장형일 연출)가 29일 SBS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
백야 김좌진 장군의 아들 김두한의 인생이 TV드라마로 만들어지기는 이번이 처음. SBS는 부천시 인근에 2만여 평의 오픈 세트를 설치하고 편당 1억원 대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안방극장 공략에 부심하고 있다.
1~2회 모두를 ENG카메라로 촬영해 영화 같은 화면을 만들었고, 눈 쌓인 만주 독립군 초소 장면을 찍고자 이미 지난 겨울 대관령 일대에 세트를 지어 필름을 완성했을 정도다.
방송 예정 기간은 총 1년 여. 어린 나이에 가족을 잃고 거지로 전전하는 소년 김두한 역은 곽정욱이, 식민시대 종로 거리를 무대로 일본 야쿠자와 '또 다른 전쟁'을 벌이는 청년 김두한은 안재모가 맡았다. 또 50회 무렵 등장, 해방 혼란기와 독재 정권기를 그릴 장년 김두한은 탤런트 김영철이 담당한다.
여타 대하드라마와는 달리 전체 작품의 2/3에 달하는 70회 대본이 이미 완성된 상태. 어린 시절을 그릴 10여회 분의 촬영도 이미 끝나 보다 안정적인 환경 하에 제작이 가능하다. 따라서 사극 '여인천하' 당시 지적됐던 인기에 따른 고무줄 편성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문역으로 '변방지원'중인 친딸 김을동씨는 "내가 배우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눈물 한 방울 안 흘렸을 정도로 그분을 미워했었다"며 "희화화되기 마련인 청년기 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장년 이후를 이야기한다니 조심스러우면서도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환경 작가는 "김두한은 만석꾼의 아들이자 거지였고 무학이자 국회의원이었으며 평생 축재를 하지 않은 독립군의 자손"이라며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통해 이를 관통하는 현대사의 이면을 성찰하는 게 목적"이라고 답했다.
마지막 장면도 독재 정권을 비방하다 의문사한 그의 사인에 대해 여운을 남기는 것으로 꾸며진다는 귀띔.
한편 작가가 '식민시대의 유일한 저항구'라 표현한 언론인이 극의 나레이터 격을 맡아 이채를 띈다. 시대극인 만큼 대다수가 실존인물이지만 '시대일보 최동열 기자'(정동환 분)만큼은 작가의 의지를 담은 가공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