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 내년 사상 최대 투자]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 투자"… 반도체·CE 시장 주도권 강화

'위기돌파 DNA' 앞세워 단기보다 미래에 베팅

3D V낸드플래시·A3 라인 확충해 수익 극대화

R&D투자 늘리고 헬스케어 기업 등 M&A도 적극

삼성전자가 매출액 47조원, 영업이익 4조1,000억원의 저조한 3·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7일, 한 여직원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홍보관 바닥에 표시된 회사 실적을 바라보고 있다. /권욱기자


삼성전자가 실적부진 속에서도 내년에 투자규모를 더 늘리기로 한 것은 위기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 기회를 선점하고 정보기술(IT)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판매부진으로 두 분기 연속 실적이 급락하고 턴어라운드도 당분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어려울 때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호황 국면을 열어간 삼성전자 특유의 '위기돌파 DNA'를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또 단기적인 실적개선 노력 못지않게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확대해야 지속 성장과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그룹 최고위층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위기 때마다 선제 투자로 성장 기회 잡아=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14조4,000억원, 디스플레이 4조9,000억원 등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4조원가량의 시설투자를 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는 10조1,836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크게 늘지 않은 투자규모다.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0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투자계획도 보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삼성전자는 오히려 올해보다 5조원가량 늘린 28조~29조원을 투자하는 쪽으로 내년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일수록 투자를 더 늘려 사업 기회를 선점해 성장 기회를 잡겠다는 역발상인 셈이다.

이 같은 역발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5월 총 26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연초에 계획했던 8조5,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삼성 특검 여파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같은 해 3월 복귀한 이건희 회장은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경영여건의 변화도 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시기에 투자를 늘리고 인력도 더 뽑아 글로벌 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그룹에도 성장의 기회가 오고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과감한 투자확대를 지시했다. 삼성전자는 화성 반도체 공장에 16라인을 증설하는 데 총 12조원을 투자하는 등 2010년에만 21조6,192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직전 연도의 5조2,368억원에 비해 4배가량 많은 것이었다. 당시 투자가 밑거름이 돼 반도체 부문은 2009년 2조600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6조8,800억원으로 3배 넘게 급증했다.


◇반도체·소비자가전 중심 투자확대=삼성전자의 내년 시설투자에서 우선순위는 수급 전망이 밝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DS) 부문과 시장지배력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매년 반도체 부문에 12조~13조원의 투자를 단행했는데 내년에는 15조원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단일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6,000억원을 들여 반도체 라인을 신설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 투자를 늘리는 것은 치킨게임이 끝나면서 메모리 분야에서 과점체제가 형성돼 가격변동폭이 크지 않고 3D V낸드플래시 수요가 늘면서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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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의 경우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 수요 약세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되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술 개발과 라인 증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 공장에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아몰레드) 라인인 A3라인 투자를 확정하고 장비반입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A3라인에는 향후 수조원의 시설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0년까지 10억달러를 들여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에 휴대폰 디스플레이 모듈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매출 비중이 높은 CE 부문에 대한 투자도 확대된다. 베트남 호찌민 사이공하이테크파크공단에 5조6,000만달러를 들여 TV 중심의 CE복합단지를 조성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에도 TV 생산거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 및 기업 인수합병도 적극 추진=이 같은 시설투자 외에도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사물인터넷(IoT)과 헬스케어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R&D 투자금액은 2011년 10조2,867억원으로 처음 10조원을 넘어선 후 2012년 11조8,924억원, 2013년 14조7,804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15조원 안팎의 R&D 투자가 이뤄질 계획으로 내년 5월 완공될 예정인 우면동 R&D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R&D 투자금액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투자와 R&D 투자를 합할 경우 삼성전자의 내년도 총 투자규모는 45조원이 넘는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위기의 진원지인 휴대폰에서 단기적인 실적개선을 위한 모멘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늘려 시장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는 한편 IT 분야의 역량이 접목될 수 있는 헬스케어·의료기기 등에도 투자를 확대해 신성장동력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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