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토요 Watch] 출근길 모바일로 주문하고 퇴근길 백화점서 찾으세요

■ '옴니채널' 쇼핑시대 활짝

싱글채널 → 멀티채널 시대서 온·오프라인 공간 넘나드는 개인 맞춤 유통서비스 등장

모바일 행사 매장서 함께 진행… 계열사에도 동등한 할인 혜택

롯데·신세계백화점 속속 도입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한 고객이 스마트폰을 통해 매장 위치 및 행사 내용을 안내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내에 30m 간격으로 비콘 단말기를 설치해 고객들의 위치에 따라 최적의 정보를 고객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있다.

11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1층 정문 입구에 설치된 온라인 상품 픽업 데스크에서 롯데닷컴에서 상품을 주문한 고객이 쇼핑 어드바이저로부터 해당 상품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지난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스마트폰에서 롯데백화점의 쇼핑지원 앱인 '스마트쿠폰북'을 실행하고 백화점 정문을 통해 점포 안으로 들어서자 앱 화면에 이벤트 스탬프가 자동으로 하나 찍힌다. 백화점 방문자를 위한 무료 선물인 '립밤'을 받기 위해 채워야 하는 이벤트 스탬프의 칸은 모두 세 개. 이벤트 '미션'에 따라 2층과 6층의 특정 매장을 방문하자 그때마다 스탬프가 하나씩 자동으로 채워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본점 내부에 설치된 500여개의 비콘(스마트폰을 이용한 근거리 통신기술) 단말기가 고객 위치를 자동으로 파악해 앱 안에 스탬프를 넣어주는 것"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했지만 모바일의 이벤트를 즐기고 모바일 할인 혜택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온오프라인 쇼핑채널 간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오히려 여러 쇼핑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개별 소비자에게 최적의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옴니채널'이 유통업계의 대세로 떠올랐다. 소비자의 지갑을 한 번이라도 더 열어야 하는 유통업체의 절박함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만나 탄생한 옴니채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영국 등 저소비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유통업계의 화두다.

◇유통채널 간 경계가 사라진다=옴니채널이라는 개념은 유통시장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ICT 개발이 늘 활발하게 진행되는 미국에서 먼저 등장했다.


소비자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전문점·전통시장 등을 직접 방문하는 '싱글채널' 시대를 지나 인터넷몰, 홈쇼핑, 모바일커머스, 카탈로그 판매 등으로도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멀티채널' 시대를 맞았지만 개별 채널만으로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여전히 부족했다.

결국 유통업계가 내놓은 해결책은 시간적·공간적 환경이 각각 다른 소비자들이 여러 채널을 개인맞춤형으로 이용하는 옴니채널 서비스다. 정보검색에서 상품 비교분석, 구매, 사후 서비스 등 일련의 쇼핑 단계를 끊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실질소비를 이끌어내기만 하면 된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서로 각을 세우던 경쟁 채널을 끌어안아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미국 전자제품 유통 전문점인 베스트바이다. 베스트바이는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쇼루밍 공간'으로 불리면서 2012년 대규모 적자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베스트바이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넘나드는 소비행태를 인정한 후 위기탈출에 성공했다. 고객이 매장에서 상품을 둘러본 후 집으로 돌아가 아마존에 접속할 필요가 없도록 매장 내에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저렴한 자사 인터넷몰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또 인터넷 주문 상품을 소비자가 원할 경우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가 매장을 또 한번 찾아와 추가 구매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던 버버리 역시 옴니채널 서비스를 도입해 암울했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버버리는 명품이기는 하나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젊은 층에게 외면받기 시작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위기로 기존 주력 구매층이었던 선진국 소비자의 발길도 뜸해졌다. 이 와중에 버버리가 선택한 전략은 새로운 채널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었다. 패션쇼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공개하는 한편 인터넷몰 구매를 적극 지원했고 사후 서비스 등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동일하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버버리는 다른 명품에 비해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고 젊은 소비자까지 끌어안을 수 있게 됐다. 손현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옴니채널은 ICT가 낳은 스마트 시대의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이라며 "채널 간 경계가 흐려진 옴니채널 환경에서 소비자와 물리적 거리가 가장 짧은 오프라인 매장을 제품 전시장이나 체험장으로 활용한 후 온라인 채널을 통한 구매를 유도하는 식의 마케팅이 유효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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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계도 옴니채널 시대로=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를 이끄는 김난도 교수가 2015년 소비시장을 대표할 키워드 중 하나로 '옴니채널 전쟁'을 꼽으면서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 국내 유통업계의 선두주자인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옴니채널을 신성장동력으로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 들어 옴니채널팀 가동을 본격화한 후 본점과 신규 점포를 중심으로 옴니채널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본점과 마찬가지로 최근 문을 연 수원점과 프리미엄아울렛 광명점에 모두 비콘 단말기를 설치했다. 비콘 서비스로 종이 플로어맵과 쿠폰북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비콘을 통해 점포 내 소비자의 스마트폰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함으로써 소비자가 점포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또한 현재 본점에서만 운영 중인 온라인 주문상품 직접수령 데스크를 전체 점포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직접수령이 가능한 상품의 품목 수가 5,000개 정도인데 내년 3월까지 전 품목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어느 채널을 이용하더라도 결국 우리 고객"이라며 "오는 15일부터는 백화점 폐점시간 이후에도 고객이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주차장과 지하철역에 픽업 라커를 설치,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올 들어 SSG닷컴을 앞세워 계열사 채널의 유기적 통합에 나섰다. 이마트·신세계백화점·신세계몰·트레이더스 등의 상품을 모두 SSG닷컴에 집결시키고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이벤트와 프로모션·할인혜택 등을 공용화했다. 어느 채널을 선택하건 실질적인 소비가 '신세계 영역'에서 이뤄지면 된다는 판단에서다. 편의점도 대표적 오프라인 유통채널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바일 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비콘을 이용해 길 가는 사람을 편의점으로 불러들이고 모바일에서 구입한 후 점포에서 물건을 수령하도록 한다. 더 나아가 소비자가 구입한 물건을 직접 배달까지 한다. 소비자패널 기반 리서치 기업인 칸타월드패널 관계자는 "이미 한국 소비자의 67%가 일용 소비재 구매시에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크로스오버 쇼핑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55세 이상의 중장년층도 43%가 크로스오버 쇼퍼인 만큼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옴니채널은 내년에 소비시장에서 주목받는 키워드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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