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리인상 속도조절 안하면 경기 발목

■ 주택담보대출금리 2년반만에 최고<br>가계부채 부담·소비위축 이어져 내수부진 부채질<br>기업까지 파급 효과… 中企자금난 가중될수도


경기는 다시 꺾이는데 시중금리는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자금 수요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데 지급준비율 인상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빡빡해지자 은행권 평균 대출금리는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을 지속할 만한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금리 오름세가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사전에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 부채 부담과 투자 분위기 위축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금리 더 오른다=올 들어 시중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단행한 지급준비율 인상 효과에 따른 것이다. 은행들이 지급준비율을 맞추기 위해 잇따라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금융채 발행을 늘리면서 장기 금리인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김경학 한국은행 금융통계팀 차장은 “지난해 8월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콜금리 목표가 인상됐지만 시중은행들의 치열한 여신경쟁으로 시중금리에 반영이 안됐다”며 “지준율 인상 등 추가 조치가 취해지면서 단기금리가 많이 올랐고 그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은행의 대출경쟁으로 인해 콜금리, 저축성 수신금리 등에 비해 오르지 못했던 대출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것. 실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기조(저금리 탈출) 전환을 예고했던 2005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콜금리와 저축성 수신금리는 각각 1.25%포인트, 1.1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의 근간이 되는 CD 금리도 1.23%포인트 올랐지만 대출금리는 0.7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금리 상승세 경기둔화 부추기나=문제는 최근 금리 상승세가 경기회복이나 자금공급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데 있다. 외부충격이 가해질 경우 금리 오름세가 경기둔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활동동향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꺾인 상태에서 금리마저 오름세를 보일 경우 내수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특히 금리 상승세가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져 민간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대출금리가 CD(29일 현재 4.95%) 금리에 후행하기 때문에 가계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경훈 금융연구원 박사는 “금리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은행의 콜금리 목표치 인상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단기간 금리가 소폭 오름세를 보일 수는 있지만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신규 여력이 별로 없는데다 금리가 경기를 둔화시킬 정도로 더 크게 올라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지준율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1ㆍ4분기 중에 콜금리를 추가 인상하기는 부담스러운데다 각종 수급 요인을 고려할 때 현재 5%대 초반(29일 5.04%)인 국고채 3년물이 더 올라가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가계ㆍ기업ㆍ경기’ 연쇄파장 우려 깊어져=이 같은 다소 낙관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금리 상승세가 가져올 연쇄적인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게중심은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쪽으로 쏠려 있고 의외로 경기, 특히 소비성향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은행의 연간 주택담보대출은 26조8,000억원 늘어나 2002년 45조5,000억원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금융감독당국의 강력한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12월 가계대출은 4조9,896억원을 기록해 연중 최고치였던 11월(5조6,404억원)보다 불과 6,600억원 정도 감소하는 데 그쳤다. 대출금리에 대한 속도조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계 부담이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수 있는 셈이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들의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업대출 증가액도 42조2,000억원을 기록, 전년(15조원)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연간 43조5,000억원을 나타내 전년(11조원)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가뜩이나 국내 경기 회복세가 나아질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금리상승의 파급효과가 가계는 물론 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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