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팬택계열 워크아웃 추진] 왜 이렇게 됐나

고유브랜드 육성 못해 '적자 늪' 빠져<br>'빅5' 공세에 세계 휴대폰 시장서 경쟁력 약화<br>스카이 인수했지만 시너지 미미, 경영난 가중<br>법정보조금제 부활로 저가폰시장 위축도 한몫


VK가 지난 7월 최종 부도를 낸 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데 이어 팬택계열마저 해를 못 넘기고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팬택은 지난 91년 자본금 4,000만원에 직원 6명에 불과한 영세 무선호출기 제조업체에서 출발해 불과 15년 만에 연 매출 3조원의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추진한 고유 브랜드 강화 전략이 차질을 빚은데다 지난해 3,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스카이(옛 SK텔레텍)와의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해 지난해부터 적자의 늪에 빠져들었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빅5’공세 더욱 드세져=지난해부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는 노키아ㆍ모토롤러ㆍ삼성전자ㆍ소니에릭슨ㆍLG전자 등 이른바 빅5의 과점 현상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이제 80%에 육박할 정도다. 반면 팬택 같은 중간 규모의 업체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독일 지멘스의 휴대폰 사업부는 이미 대만의 벤큐에 인수됐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사젬도 모토롤러로 인수될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VK와 팬택이 위기에 몰린 원인은 2004년 세원전자나 텔슨전자가 연쇄적으로 무너졌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2004년 ‘중국쇼크’로 불리기도 했던 중견 휴대폰 업체의 동반 몰락은 제조업체 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일관하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 빼내기와 저가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비롯됐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는 지난해부터 노키아와 모토롤러 등의 공격적인 저가공세에 밀려 중소규모의 자가브랜드 업체들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브랜드 유지와 기술개발에 필요한 이익을 도저히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빅5 중심의 과점 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노키아를 비롯한 빅5가 기술리더십과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자가 브랜드 육성하느라 체력 소진=팬택계열은 97년부터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후 모토롤러ㆍ노키아 등 글로벌 업체들의 ODM 물량을 수주하면서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2004년 말부터 자가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면서 해마다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ODM 방식의 경우 생산과 납품에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자가 브랜드를 유지하려면 마케팅과 애프터서비스(AS)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팬택은 이 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다. 특히 안정적인 판매처였던 노키아와 모토롤러는 일순간에 팬택의 적(敵)으로 돌변했다. 노키아와 모토롤러가 저가폰 시장에 뛰어들자 이 시장에 치중해온 팬택의 입지는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팬택이 지난해 7월 3,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스카이와의 합병효과도 생각보다 크지 못했던 것도 또 다른 악재로 지적된다. 팬택은 고가폰에서는 스카이, 저가폰에서는 큐리텔을 통해 쌍끌이 전략을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 3월 법정보조금 제도가 부활하면서 저가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팬택의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 스카이도 SK텔레콤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판매량을 늘리는 데 한계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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