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란 大지진참사의 교훈

이란의 중세도시인 밤시에서 발생한 지진 참사는 수만명으로 어림될 뿐 정확한 사상자수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 지진이 더욱 처참하게 된 것은 강도 6.7의 첫 지진에 이어 강도 5.3 이상의 여진이 며칠간 계속돼 시가지 전체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이 지진 이전에도 이란에서는 여러 차례 지진이 일어나 자연의 경고가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90년에도 강도7.7의 지진으로 5만여명의 사상자가 났고, 97년과 2002년에도 유사한 강도의 지진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란정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안전불감증에서 지내다가 이번 지진을 만난 것이다. 안전불감증이 어디 남의 이야기인가. 삼풍백화점ㆍ성수대교가 무너진 지 10년도 채 안된다. 강도 5.5의 지진이 서울을 강타했다고 치자. 수명이 15년이 넘는 콘크리트 건물, 특히 바다모래를 사용한 건물들은 대부분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아파트 건물은 건축물의 폭에 비해 높이가 너무 높게 설계돼 좌우로 흔들어대는 수평운동 지진파에 약하다. 높다란 기둥이 부러지듯 1,2층에서 파괴된다면 위층이 무너지면서 옆 건물을 치게 돼 연쇄붕괴 현상이 빚어질 것이다. 땅을 상하로 흔들어대는 수직운동 지진파를 맞게 되면 바닥을 포함한 건물의 상당 부분이 콘크리트 더미에 묻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지진이 없을 것이라는 가상은 이미 근거가 희박한 희망사항이라는 점이 명백해졌음에도 안전불감증 속에서 안일하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이란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며칠 전인 지난해 12월22일 강도 6.5의 지진이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했고, 2000년 초에 시애틀에서도 비슷한 강도의 지진이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극소수에 그쳤고 건물 붕괴도 벽돌건물에서만 부분적으로 발생했다. 미국 전역에서 지진 발생이 가능한 지역은 건축설계에서부터 완벽한 내진설계가 돼야만 허가가 난다. 이에 더해 최근의 지진을 감안, 설계기준을 보강한 지 10년이 됐다. 미국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연방구급관리청(FEMA)이 있지만 구급관리보다는 건축설계지침과 세부연결상세도를 연구, 장려하는 것이 주업무가 됐다. 미국정부처럼 미국산을 편애하는 나라도 드물지만 지진에 관한 한 일본의 경험과 건축구조적 대처방안을 겸허히 받아들여 신일본제철사가 개발한 지진에너지 흡수장치를 도입, 미국 내 모든 연방건물을 수리ㆍ보강했고 민간업계에도 이를 장려하고 있다. 이란의 지진과 미국의 지진을 통틀어볼 때 지진에 가장 약한 것이 벽돌로 지은 조적식 건물이다. 지진이 아니더라도 보강이 필요하다. 한때 교량이나 건축물에 철골구조물이 녹이 슨다는 이유로 콘크리트 구조를 채택한 적이 있으나 지진이나 기타의 충격을 당한 후 내부균열을 재검토해야 하고, 그에 따른 보강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철골을 채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철골은 부식 외에도 용접과 볼트 등의 연결에 문제가 있고, FEMA에서도 각 대학의 연구진과 실제 설계진을 통합한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출간하고 있다. 내진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니다. 내진건축물은 태풍 등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고 테러 등의 폭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도시를 폐허로 만드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내진설계와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작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진은 결코 불가항력적인 재난만은 아니다. 대비 여하에 따라 이란의 밤도 되고, 미국의 캘리포니아도 되는 것이다. <정석화(미 솔트레이크대 교수ㆍ건축구조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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