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너무 우습게 보았다

9보(131∼150)


지금 왕시가 펼치고 있는 이 작전은 음미할 만하다. 그냥 지키면 진다. 그러므로 적으로 하여금 더욱 깊숙히 침투해오도록 만들고 나서 그 보급로에 역습을 가하여 변화를 구한다는 이 작전. 과연 절정 고수의 감각이었다. 그 시발점이 흑31의 절단이었는데…. 이세돌의 백32는 사석전법이다. 왼쪽의 백 3점을 내주고 외곽을 싸발라 승리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그 의도를 간파한 왕시는 흑35로 버티었다. 이 수로 36의 자리에 끊으면 백 3점은 확실히 잡지만 35의 자리를 틀어막혀 간단하게 불계패라는 것을 왕시는 잘 안다. 그가 35로 버티자 이세돌도 이제는 36으로 이을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37과 39를 선수로 두고 43으로 다시 헤딩을 하자 판세가 요동을 친다. 왕시의 작전이 거의 맞아들어가는 흐름이다. 별실에 있던 87트리오는 이세돌이 너무 상대를 우습게 보다가 바둑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을 했다. 애초에 백32가 과욕이었다는 것. 참고도1의 백1로 뻗고 흑2를 기다려 3으로 지켰으면 백이 알기 쉬웠다. 실전보의 백34로 참고도2의 백1에 막고 싶지만 이 코스는 백도 장담할 수가 없다. 흑2에서 4로 버티는 강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략 흑16까지가 예상되는데 이것은 흑의 사석작전에 백이 말려든 결과이며 승부도 아리송하게 된다. 이세돌은 백50을 두고 이것으로 수습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왕시는 어림도 없다며 이 백대마를 엄습했는데 공격의 급소는 어디일까.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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