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일제강점기 궁중의 일본회화’는 총 3점으로, 일제강점기 한반도에 설립된 미술강습소의 교육을 위해 내한했던 일본 화가 시미즈 도운이 그린 매와 곰 그림 병풍 2점, 일본의 전통 연극인 ‘노오(能)’의 한 장면을 자수로 놓아 표현한 작가 미상의 병풍 1점이다.
13일 박물관 관계자는 “이 병풍들은 기존 조선 왕실의 장식 병풍과는 전혀 다른 소재와 강한 일본의 색채를 지니고 있어 당시 궁중에 유입된 일본회화의 형식과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며 “이번 전시는 근대기 조선에 유입된 일본회화의 현황을 알아볼 기회가 되는 동시에 불운했던 일제강점기 조선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강제병합을 전후한 시기인 1905~1915년 사이 조선에 내한한 일본 화가들은 주로 왕실에서 활동하면서 어진을 그리는 등 궁중 회화 제작을 시작했다. 이들은 조선총독부의 의뢰를 받아 순종의 어진(御眞)을 제작하거나 왕실의 장식화를 제작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조선의 식민화를 공고히 하고자 했던 일본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진 활동이었다.
일본인 화가들이 제작한 회화가 실제로 왕실 내부를 장식하는 데 사용되면서 이전 조선 왕실 도화서(圖畵署)의 화원(畵員)들이 맡았던 왕실의 화사(畵事)는 점차 일본인 화가들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이는 국권을 피탈(被奪)당한 왕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