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긴장한 박영훈

제1보(1~14)


BC카드배 신인왕전의 출전 자격은 입단 10년차 미만의 기사로 제한되어 있다. 그것은 신인의 참신성을 살리기 위한 규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철한이나 박영훈 같은 중량급 강자들이 모두 입단 10년차 미만이므로 다른 메이저급 기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형편이다. 박영훈9단이 김동희초단을 누르고 타이틀을 딴 것까지는 좋았지만 박영훈은 후배들에게 놀림을 받아야 했다. “너무 심한 것 아닌감. 후지쯔배에다 중환배까지 차지한 거물이 잔돈푼까지 싹쓸이를 하면 우리는 무어 먹고 살라고….” 이렇게 이죽거리는 후배들에게 박영훈은 허허 웃기만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중신인왕전의 중국 대표로 출전한 중국 기사가 다른 사람이 아닌 구리7단이었다. 중국랭킹1위에다 한국기사 킬러로 악명이 높은 구리. 박영훈은 바짝 긴장했다. 2003년에 열렸던 한중신인왕전에서는 송태곤이 콩지에한테 패했고 2004년에는 안조영이 치우쥔에게 패했기 때문이다. 2001년에는 조한승이 구리에게 패한 바 있다. 명색이 세계선수권 보유자인 박영훈으로서는 신경이 여간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2년 전 농심배에서 구리를 꺾은 일이 있긴 하지만 그 바둑도 내용면에서는 구리에게 압도당한 한판이었다. 더구나 이번 대결의 장소는 적지인 황산이다. 돌가리기에서 흑번이 나오자 박영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애용하는 미니중국식 포진을 펴고 기다렸는데 구리는 백10, 12라는 변칙적 취향으로 나왔다. 흑13은 길게 가자는 제안. 참고도의 흑1 이하 14는 백이 도리어 활발하다고 박영훈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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