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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이대로 '99 88'?

‘이대로 99 88’ 요즈음 서울 강남 사람들이 모여 한 잔 할 때면 이처럼 “이대로 99 88”하고 건배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직역하면 ‘현 정권을 밀어주면서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이다. 부연 설명하면 강남 주민들은 참여정부 이후 유독 강남 아파트 값이 많이 올라 입이 벌어지고 있는데다 돈 벌면 도둑놈이라고 의심받는 분위기 속에서 굳이 위험을 부담하며 투자할 필요 없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강남 주민들이 참여정부를 앞장서서 지지하자며 약을 올리고 있다고나 할까. 실제로 강남 지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부동산뱅크가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권 4개 자치구의 재건축 아파트 평당 평균 매매가는 2003년 초 2,067만원에서 3,279만원으로 58.9%나 급등했고 이 지역 일반아파트 매매가도 1,380만원에서 2,118만원으로 무려 53.4%나 올랐다. ‘세금 폭탄’으로 강남 잡기에 나섰지만 집값을 잡지 못하고 있는 참여정부를 비꼬는 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한심한 능력을 비판하고 있는 점인 것 같다.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또 성공해야 기업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 문제가 해소되며 근로자의 소득도 올리고 궁극적으로 복지문제도 해결해나갈 수 있다. 10년 이상 끌어온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2만달러 시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바탕이기도 하다. 참여정부는 후반기에서도 투자를 저해하는 분위기나 정책ㆍ현상들이 끊임없이 초래하고 있다. 과거사 바로잡기, 양극화 극복 위한 과세 확대, 비자금 수사 등등…. 반면 복지ㆍ국방ㆍ교육ㆍ보육 등 재정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눈앞에 두고 각종 복지기금은 파탄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부모 슬하에 남아 세월을 보내는 현상은 일반화되고 있다. 불과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중국은 정부주도의 적극적인 투자로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대륙 남북을 가르는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는 오는 2010년에, 상하이~홍콩 구간도 2013년 개통한다고 한다. 우리가 개통한 지 불과 2년밖에 안된 고속철을 4년 후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이대로 99 88”만하다가 질주하는 글로벌 경쟁 속에 미아가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 후세대들로부터 “잃어버린 세월을 보냈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다시 한번 출발선을 되돌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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