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은도끼, 삼성중공업은 금도끼를 사용한다(?).
선박 명명식(命名式)때 사용하는 도끼가 국내 조선업계의 선두주자 현대중공업은 은도끼, 후발인 삼성중공업은 금도끼를 사용하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명명식은 조선업계에서 새로 건조한 선박에 지어진 이름을 불러주는 행사.
왜, 무엇 때문에 선박 명명식때 도끼를 사용하고 그것도 현대는 은도끼, 삼성은금도끼일까.
선박 명명식이라는 것은 선주사가 미리 만든 선박 이름을 "나는 이 선박을 00000호라고 명명하노라"라고 외쳐 비로소 선박으로서 탄생됨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다.
조선업계에서는 이 명명식 행사의 핵심 역할을 맡는 명명자를 조선업계에서는 `스폰서'라고 부르며 스폰서는 거의 100% 여성이 맡는다.
이 여성은 전통적으로 명명식에서 선박 이름을 부른뒤 도끼를 내려치며, 이 순간 선박 조타실 위에 설치된 대형 꽃바구니가 터지고 준비된 악대가 팡파르를 울린다.
이 때 사용하는 도끼는 옛날 바이킹족이 해안가에서 새로 건조한 선박을 바다로내려보낼 때 선박을 묶어뒀던 밧줄을 끊기 위해 쓰여졌던 전통에서 시작됐다.
또 스폰스를 여성이 맡는 것도 출항에 앞서 여성을 희생물로 삼은데서 유래된것.
현대중의 경우 지난 1974년 6월28일 그리스 리바노스사로부터 수주해 만든 1,2호 선박 26만t급 유조선 아틀란틱 베른호와 아틀란틱 베로니스호 명명식때 스폰서였던 고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은도끼를 처음 사용했다.
현대중 관계자는 "명명식때 은으로 만든 은도끼를 사용하게 된 것은 스폰서인여성이 가볍게 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은도끼에는 선주사 이름, 선명, 명명자, 선박 건조회사, 명명식 날짜가 기록돼 이를 사용한 스폰스에게 평생 기념품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주어진다.
현대중이 이처럼 은도끼를 사용한 반면 후발주자로 조선업계에 뛰어든 삼성중은명명식때 쇠에다 순금을 입힌 금도끼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중이 왜 현대중 처럼 은도끼를 사용하지 않고 금도끼를 택했는지에 대한 명쾌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과 현대간의 자존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분석이 없지 않다.
현대중의 경쟁사로 뒤따라 나선 삼성중의 입장에서는 현대중이 은도끼를 이미사용했기 때문에 금도끼를 아이템으로 정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명명식에 이어 이뤄지는 샴페인 브레이킹(Breaking)도 작은 보자기에 담겨진 샴페인을 줄에 매달아 명명된 선박에 부딪혀 깨트리는 행사인데 이도 안전항해를기원하는 조선의 전통에서 출발됐다.
외부에서는 최첨단 과학과 기술로 승부하는 조선업계가 이처럼 가장 미신적인전통행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