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왕리청의 특기

제3보(25~38)



필자는 동양증권배 관전기자로 있으면서 창하오를 여러 차례 만났다. 나중에는 창하오를 열심히 응원할 정도의 친분이 생겼다. 꼭 우승하라고 공공연히 말했다가 국내 기사들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덕택에 창하오의 해설을 들을 기회도 여러 차례 있었다. 왕리청의 바둑에 대하여 창하오가 한 말이 있다. “교묘하게 상대의 마음을 긁는 경향이 있어요. 그걸 뭐라고 시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유쾌한 상대는 결코 아니에요. 하긴 승부를 다투는 적이니까 상대를 유쾌하게 해줄 의무는 없지요. 왕리청의 특기는 상대를 지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양이 덜된 사람은 제풀에 쓰러지게 되지요.” 흑27을 보자 창하오는 뜨끔했다. 백26을 두면서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이 또 하나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그가 기대했던 그림은 참고도의 흑1 이하 8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자기의 속을 뻔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백38은 창하오가 20분의 장고 끝에 둔 수였다. 그는 머릿속으로 하나의 유력한 그림을 그려놓고 이 수를 둔 것이었는데….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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