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년 적자우려" 경보… 원高대책 절실

■ 경상수지 흑자 폭 축소서비스 수지 적자폭 늘고 수출증대도 한계 '원고(高)의 파도를 넘어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단한 올해 우리 경제의 숙제다. KDI의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보면 이 같은 환율 하락세가 계속 진행될 경우 내년에는 적자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화환율이 강세를 띠면서 수입품 가격이 하락하자 고급 소비재의 수입과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해외여행이 다시 붐을 이루고 있는 최근 동향을 감안하면 KDI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 최근 한국은행도 내년에는 서비스수지 적자가 경상수지 흑자폭을 앞지를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결국 수출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출확대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우리 경제의 체력을 감안할 때 수출증대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KDI는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대외 불안요인에 대비한 신축적인 정책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리의 조정시점 역시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분간 대외 불안요인의 파급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상수지 크게 악화 KDI는 지난 4월 하반기 수출이 되살아나는 것을 전제로 올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6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44억달러로 축소 전망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원화강세를 지목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KDI의 분석을 보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1ㆍ4분기 17억달러에서 2ㆍ4분기에는 20억달러로 늘었으나 3ㆍ4분기부터는 급격히 줄어 5억달러, 4ㆍ4분기에는 2억달러밖에 안된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적자가 확실시된다. 환율 하락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되자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확대됐고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상품수지 흑자 역시 지난해 134달러에서 120억달러 내외로 하향 조정됐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환율 때문에 수출 채산성은 당분간 낮아지겠지만 수출에 결정적인 타격이 오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해외여행수지는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미국발 불안요인은 여전 우리 경기회복에 최대복병은 역시 미국경제의 불안이다. 6%에 육박하는 실업률, 급증하는 경상수지 적자, 주가급락 등이 한국경제 회복의 전제인 미국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미국경제는 올해 실물경제에 힘입어 2.5∼3% 가량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당장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미국시장을 이탈한 자본 일부의 급격한 유입이 오히려 경제를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도 제기되고 있다. 조 팀장은 "미국 금융불안과 우리의 신인도 개선을 기반으로 국내로 자본유입이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대외 불안요인에 대비해 경제안정성을 유지하고 구조개혁정책을 지속하는 등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하반기 거시정책기조는 '안정' 권고 KDI는 올 하반기 경기상환을 감안할 때 재정정책은 현재와 같은 중립 내지 소폭의 긴축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의무지출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재정건전성을 제고하고 외환위기 이후 증가추세에 있는 준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금을 과감히 축소, 민간경제 활력에 저해가 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최근에 발생하는 환율급락과 미국의 금융불안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환율변동보다 내부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임금ㆍ부동산 등 내부적 물가상승 압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또 통화금융정책에 대해서는 해외 불안요인을 감안해 단기금리ㆍ통화량 등에 대해 신축적 입장을, 재정정책은 현재와 같은 중립 내지 소폭긴축 기조를 유지하며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부문별로는 신용카드사 현금대출에 대해 시장자율 위험관리기반을 조성할 것을, 공적자금 손실분담과 관련해서는 1차적으로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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