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톰 크루즈 주연 ‘라스트 사무라이’] “마음의 눈 새로 떴다”

“빠른 기술 변화를 겪는 건 전 세계 어디나 동일하지만 전통과 휴머니즘 등 잊지 말아야 할 가치도 있습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점 역시 동 서양 모두에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정신에 관한 것입니다.” 할리우드 신작 시대극 `라스트 사무라이`의 기자회견이 열린 도쿄 하얏트 호텔. 주연 배우 톰 크루즈 등과 자리한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가 `차이`에서 출발한 `이해`라기 보다는 `인류 공통의 정서`에서 출발했음을 힘주어 강조했다. 12월 5일 미국 개봉(일본은 6일)을 앞두고 첫 시사회를 이날(20일) 일본에서 연 점도 감독의 이러한 관점에 부응되는 반응. 할리우드 신작 영화의 첫 시사회가 동양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동양 문화로 향한 할리우드의 경도된 분위기를 맛보기에 충분했다. 함께 자리한 주연 톰 크루즈도 “(촬영하며) 마음의 눈을 새롭게 뜨는 기분이었고 나 자신 안으로 여행하는 기회가 됐다”며 “다른 문화와 삶의 방식을 접하며 진정한 `사나이`가 될 수 있게 해 준 감독에게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국내에는 내년 1월9일 개봉될 `라스트…`는 일본 메이지유신(1876년) 무렵 천황권의 강화를 등에 업고 권력 장악에 나섰던 일부 정치가들과 이에 맞서 `소중한 가치`를 수호하고자 했던 `사무라이 최후 세대`의 갈등을 그린다. 인디언 학살 이후 악몽에 시달리던 미국인 대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사무라이 정신` 속에서 과거를 치유하고 인류 공통애에 기반한 자존감을 회복해 가는 과정도 담긴다. 즈윅 감독은 “영국-홍콩, 미국-필리핀 등의 관계에서 유추되듯 일본 `무사도`로 대변되는 정서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면서 “물질문명에 맞선 소중한 정신을 그린 `기적 같은 작품`”이라고 3년간 천착해 온 자신의 영화를 평했다. 난이도 높은 전투 장면을 무사히 소화해 낸 톰 크루즈 역시 영화 촬영에 앞서 인디언 관련 서적 등을 탐독하고 거의 매일 일본 작가 나도베 이나도의 `무사도`를 읽으며 `사무라이 정신`으로 대표되는 철학적 정서를 흡수해 갔다고 덧붙였다. 감독 및 주연 배우는 “(이러한 철학적 배경을 지닌) 일본 문화를 존경한다”며 (일본식) 동양 정서에 대한 경외감을 숨기지 않았다. 약 750여명의 기자들이 참여한 이날 행사에는 켄 와타나베, 히루유키 사나다, 코유키 등 일본인 주역들도 동참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어떤 영화=서양 문물의 유입과 함께 무사(사무라이)와 쇼군(장군)으로 이루어졌던 막부시대가 종말로 치닫던 1876년. 일본 군대의 신식 훈련을 감독하기 위해 미국 대위 네이든 알그렌이 도쿄에 도착한다. 군사정권인 도쿠가와 막부를 타도하고 천황를 실질적인 세력으로 옹립하려는 존황파(尊皇派)의 측근으로부터 `6개월 근무에 3년치 대위 봉급`을 약속 받고 훈련에 나선 알그렌은 자신들의 `적수`라는 막부세력과의 전투에서 그만 생포되고 만다. 알그렌과 만난 전설적인 사무라이인 카츠모토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알그렌을) 돌려보낼 것`을 약속하고, 이때부터 알그렌의 `동양정서 여행`이 시작된다. 알그렌은 사익을 좇지 않고 대의를 앞세우는 일본 무사들에게 깊이 동화되고 전쟁과 살육 사이에서 방황했던 공허감을 치유해 간다. 주역 중 한 명으로 분한 일본 배우 히로유키 사나다는 “치밀한 조사와 풍성한 정보로 당대의 삶 및 문화를 적절히 고증하는데도 성공한 영화”라고 작품을 평했다. <도쿄=김희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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