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03년 10대 경제뉴스] 국내

정몽헌 자살·현대 경영권 분쟁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대북송금과 관련한 수사가 좁혀지면서 지난 8월 4일 현대 계동 사옥에서 투신 자살했다. 이를 계기로 정 회장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룩한 금강산관광 등 대북사업이 재조명을 받았다. 정치논리 앞에 모든 짐을 지고 떠난 한 기업인을 애도하는 목소리가 퍼졌다. 현대그룹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측의 인수합병(M&A) 시도로 다시 한번 풍파를 맞았다. 정 명예회장측은 최대주주로 부상했고 현대그룹측의 유상증자 시도, 법정공방 등으로 사태는 급반전을 거듭했다. 내년초 최대관건인 금융당국의 KCC측 매집지분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남았으며, 앞으로 한 쪽이 판결에 불복하고 법정싸움에 나설 경우 `숙부의 난`으로 불리는 이번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LG카드 유동성 위기 현실로 가계부채 연체 문제로 끊임없이 제기됐던 카드사의 경영부실 우려가 마침내 LG카드 유동성 위기로 현실화됐다. 은행계 카드사들의 경우 잇단 합병을 통해 위기를 넘겼지만 전업 카드사들은 대규모 연체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업계 1위로 부상한 LG카드는 자산규모(24조원)에 비례해 부실규모도 눈덩이 불 듯 늘어 부실금융기관으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카드를 포함한 금융업 포기를 선언했고 LG카드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부실 규모 자체가 엄청난 탓에 과연 LG카드를 인수할 주체가 나올 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신용불량자 359만명 사상최대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린 후 제 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올 10월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수는 359만6,168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내년 1ㆍ4분기에는 신용불량자 숫자가 4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불량자 급증은 생계형 범죄 증가, 카드사 부실 심화 등 사회ㆍ경제적으로 깊은 파장을 드리우고 있다. 더욱이 신용불량자 증가와 함께 가계 빚도 갈수록 늘어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집값 폭등… 잇단 부동산대책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은 급등세를 나타냈다. 400조원에 달하는 시중부동자금을 배경으로 아파트 가격은 수직 상승세를 이어갔다. 정부가 올들어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전매 금지 등 20여 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부동산 광풍(狂風)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집값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자 정부는 양도세 및 보유세 부담을 대폭 강화한 10ㆍ29 대책을 발표했다. 보유세의 경우 조세저항을 우려한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로 당초 방침보다는 다소 완화하는 방향으로 재조정됐다. 수출 호조 속 내수 크게 위축 올해 우리 경제는 수출은 호조를 보인 반면 내수는 크게 위축되는 `양극화 현상`을 나타냈다. 수출은 상반기 이라크 전쟁 등 잇단 악재 속에서도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수출액은 1,93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과는 달리 내수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민간소비는 계속 감소해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올 3분기의 경우 전체 성장에 대한 수출 기여도는 130.9%에 달한 반면 내수기여도는 -30.9%를 기록했다. 결국 수출이 늘어나도 내수가 줄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주식투자 비중 사상최고 2003년 증시는 외국인만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외국인에 의해 좌지우지된 한 해였다. 외국인 순매수세가 사상 최대에 이르면서 시가총액 비중도 40%를 넘어 증시 개방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도 올 초 635.17포인트에서 8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국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은 줄곧 주식을 내다 팔아 `국내 증시에는 한국인이 없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또 주가 상승의 과실이 외국인에만 돌아가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풍년거지`로 전락, 풍요 속 빈곤을 느껴야만 했다. 외국인들은 이와 함께 막대한 자본과 주식 매수를 바탕으로 국내 우량기업의 경영권을 뒤흔드는 부작용도 낳았다. SK 분식회계 파문 일파만파 SK 그룹의 분식회계 사태는 국내 재계는 물론 정치ㆍ경제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켰다. 검찰이 지난 2월17일 압수 수색에 이어 3월11일 SK네크웍스(구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사실을 발표하자 충격을 받은 증시는 연중 최저치인 534.74까지 곤두박질쳤다. 재벌 기업의 기업 투명성 논란이 또 한번 불거짐에 따라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하락했고 재계 3위인 SK 그룹은 거의 회복불능의 결정타를 입었다. 오너인 최태원 SK㈜ 회장이 구속되고 손길승 회장은 퇴임한 데 이어 구조조정본부가 해체됐으며 외국계 펀드인 소버린의 지분 매집으로 경영권이 흔들리는 상황을 맞았다. 화물연대·철도노조등 파업 몸살 올해는 연중 내내 파업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였다. 지난 1월 두산중공업 파업을 시작된 노동계의 파업은 5월에 화물연대의 1차 파업이 단행되면서 물류가 마비되었고 6월에 조흥은행, 철도노조 등의 잇단 파업으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그러나 이때부터 정부가 노조에 대해 강공책으로 선회, 철도노조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해서 강제 진압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8월에 벌어진 화물연대 2차 파업에 노정갈등이 최고에 달해 부산·울산·광주·대전 등 주요 지역의 물류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선자금 수사 경제 충격파 올 2월 검찰이 재계 순위 3위인 SK그룹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된 대선자금 수사는 재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삼성과 LGㆍ현대자동차ㆍSKㆍ롯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그룹들이 모두 검찰수사 대상에 올랐고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등 재계 주요 인사 20여명이 출국 금지됐다. LG홈쇼핑과 삼성전기, 현대캐피탈, 롯데 등 상당수의 기업들은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들은 대외 이미지가 실추되고 기업활동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기도 했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고질적인 정ㆍ경 유착의 고리를 끊어 더 이상 선거로 인해 기업이 멍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악 취업난속 실업연령 하향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이 기존 인력을 감축하는 동시에 신규 채용을 억제하자 실업문제는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보편화된 현상으로 굳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상당기간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는 이제 `고용 증가 없는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서 경력자를 우대함에 따라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의 취업난은 최악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 조기퇴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도둑놈) 등 실업을 빗댄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관련기사



정승량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